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노보 노디스크

소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생산을 촉진해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이 GLP-1을 증강시키는 약물이 요즘 비만 치료제로 인기를 끄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다. 최근 GLP-1 작용 약물이 알코올 음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미국의사협회지 정신과 편에 발표됐다.

연구는 평균 나이 40세로 알코올 중독 증상이 있는 미국인 48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대상자를 무작위로 나눈 후 24명에게는 위고비를 매주 1회 0.25~0.5㎎씩 저용량으로 9주간 피하주사 했다. 이후 9주간은 위약을 투여했다. 나머지 절반 24명에게는 먼저 위약을 투여하고 나중에 위고비를 투여한 후, 투약 전후의 음주 패턴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위고비를 투여한 후에는 위약 투여 후보다 체중이 약 5%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알코올 섭취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음주 일수와 음주 횟수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위고비를 투여받은 기간에는 음주 시 섭취하는 술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폭음하는 날도 줄었다. 술 생각이 나서 술을 먹었지만, 술맛이 안 나서 술을 적게 먹었다는 의미다.

지엘피원(GLP-1)은 인슐린 조절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도 유효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심혈관질환, 간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알코올 중독은 보통의 의지로는 끊기가 매우 어렵다. 위고비가 저용량으로도 술맛도 떨어뜨려 음주량을 줄인다니,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