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화끈거림,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등 폐경기 여성을 괴롭힌 증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했던 호르몬대체요법에 대한 오랜 족쇄가 풀렸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호르몬대체요법(HRT)에 대한 박스 경고문(boxed warnings)을 수십 년 만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의약품에 ‘사용 주의’라는 의미의 경고 문구를 지우라는 의미다.
호르몬대체요법은 폐경으로 감소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을 보충하여 안면홍조, 수면장애 같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미국의 대규모 ‘여성건강주도연구(WHI)’ 결과, 호르몬대체요법이 심혈관질환과 유방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면서, 사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고, 경고 문구가 붙으면서 전세계적으로 호르몬대체요법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FDA는 “20년 넘게 호르몬대체요법을 둘러싼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가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경고문 삭제 조치로 호르몬대체요법이 되살아날 전망이다. 대한폐경학회는 설명문을 내면서 “60세 미만 또는 폐경 후 10년 이내에 시작한 호르몬대체요법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전체 사망률 감소 효과까지 보고됐다”고 말했다. “유방암 위험은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서는 증가하지 않거나 감소되고 병합요법에서도 절대 위험 증가 폭은 매우 작고 희귀 수준이었다”고 폐경학회는 전했다.
황경주(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폐경학회 회장은 “폐경 이후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혈관 내피 기능 저하, 지질대사 악화 등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급격히 오른다”며 “폐경기 호르몬치료에 대한 과도한 경계로 인해 심혈관질환이 폐경기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경고문 삭제가 무조건 사용하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폐경기 여성 개인별 상황에 따라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폐경기 치료의 이득을 잘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FDA 결정이 한국 여성들이 검증된 폐경 치료에 더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며 “자궁이 있는 여성의 경우 전신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 사용은 자궁내막암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황 회장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