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병원 응급실 입구에 토요일 오후 1시 이후 주말·공휴일 응급실 진료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김동환 기자

응급실 뺑뺑이와 구급차 전화 돌리기의 근본 원인은 중증 응급 환자를 당직을 서가며 치료할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 ‘배후 진료’ 병원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개별 응급센터는 응급 환자 수용 능력이 있어도 배후 진료 지원이 안 되니까, 아예 응급 환자를 센터 내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응급 환자가 뺑뺑이를 돌다가 병세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중증 응급 환자 배후 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동맥류 출혈 사건 이후, 2024년 2월 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사업을 출범했다. 심뇌혈관질환 발생 시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하고 치료 가능한 병원을 결정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IT 시스템 기반으로 의료기관 56곳과 전문의 1374명의 인적 네트워크가 구성됐다. 그 결과 평균 4분 36초 만에 치료 가능한 전문의를 찾아 연결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 삼아 중증 응급 질환 배후 진료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분야별로 IT 시스템에 기반해 배후 진료 네트워크를 총괄 운영해야 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는 응급실 진찰료를 높여주고, 대기 수당도 지급해 참여 동기를 높여야 한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응급센터는 배후 진료 지원이 없는 상태라도 중증 응급 환자의 경우 일단 응급센터 내로 수용해 ‘뺑뺑이’를 막아야 한다. 119 구급대가 응급 현장에서 응급 질환 중증도(KTAS)를 평가해 중증(1~2순위) 이상으로 판단되면, 응급센터에 사전 연락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를 응급센터 안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응급센터에서 생명 안정 조치 후 최종 치료 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때는 119 구급대가 이송을 맡아야 한다. 현재 119는 응급 환자 발생지와 응급센터로의 이송만 맡고 있다. 이제는 환자 안전을 위해 중증 응급 환자의 응급센터 간 이송도 119가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