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병원에 가기 전엔 큰 병일까 두렵다가도 “이상 없다”라는 한마디를 듣는 순간 몸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경험.
연애 시절, 이별 통보에 하루가 무너졌다가 다시 전화 한 통에 힘이 솟아나는 경험.
몸이 먼저 변한 게 아니라, 마음이 바뀌자 뇌와 몸이 따라온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신경생리학적 반응이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 순간, 뇌는 바로 신체 곳곳에 ‘지령’을 내린다.
불안하면 심장은 빨라지고, 근육은 긴장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래서 오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은 약해지고 몸은 지친다.
혹시 요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미 지친 느낌이 든다면, 그건 몸보다 마음이 먼저 ‘긴장 모드’에 있는 것일 수 있다.
반대로 마음이 편안해지면 신체의 회복력과 활력을 끌어올린다. 이처럼 마음과 몸은 서로를 밀고 당기는 연결 구조다.
■ 마음으로 몸을 바꿀 수 있을까?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는 가능하다. 가장 유명한 증거가 ‘플라시보(placebo) 효과’다.
가짜 약을 먹고도 통증이 줄고,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증상이 나아지고, 불안이 가라앉는 사례가 수없이 보고됐다.
이는 단순히 ‘착각’이 아니라 뇌가 기대(expectation)에 반응해 실제 신경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것임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플라시보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몸에는 스스로를 돕는 회복력이 있고 그 열쇠 중 하나가 ‘지금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 마음을 좋게 만드는 두 가지 기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은 의외로 단순하다.
① 긍정적 자기대화(Positive Self-Talk)
“괜찮아, 이 정도면 잘하고 있어”
뇌는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을 놀라울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전전두엽이 안정되고, 스트레스 반응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많다.
중요한 건 과장이 아니라 현실적인 격려다.
“그래, 망친 건 아니야.”
“참 고마운 일이야.”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이 작은 말 한마디가 마음의 방향을 바꾼다. 반복하면 뇌는 그 말을 ‘내면의 목소리’로 채택한다.
② 긍정적 상상(Positive Visualization)
뇌는 생생한 상상을 실제 경험처럼 처리한다. 운동선수들의 대표적 훈련법이 바로 ‘멘털 리허설(mental rehearsal)’이다.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장미란 선수도 머릿속 ‘성공 장면’ 재현을 훈련 전략으로 사용했다.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내일 회의에서 차분히 말하는 내 모습
아침 햇살 속 산책하는 장면
평온한 표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
이런 사소한 상상만으로도 호흡과 근육 긴장, 자율신경계는 이미 변화를 시작한다.
■ 오늘의 마음이 내일의 인생을 만든다
영국 총리를 지낸 마가렛 대처 여사의 평생 좌우명처럼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이 된다.”
나는 우울의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오늘 하루 나 자신을 덜 미워하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그 작은 연습들이 쌓여 어느 날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인생은 그렇게 바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