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시형(92) 박사는 “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운동, 식습관, 수면을 얘기하지만 정신이 가장 강력한 면역력”이라며 “이것이 바로 노화를 늦추는 최고 해독제”라고 했다. 이 박사는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닥터 인사이드’에서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인 한계는 분명히 오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마음의 무기력이라고 강조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은 삶은 나이와 상관없이 이미 늙은 삶”이라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조절자, 세로토닌
이시형 박사는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을 강조한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감정, 수면, 식욕, 체온, 통증, 의욕 같은 생리 기능을 조절한다. 세로토닌이 충분히 분비되면 마음이 편안하고 몸의 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부족하면 예민해지고 쉽게 피로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여러 신체적 문제로 이어진다.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절자이자 인간의 생명 리듬을 통제하는 핵심 에너지 시스템”이라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평온한 상태, 곧 안정된 리듬을 만들어 주는 핵심 물질”이라고 했다.
이시형 박사에 따르면, 우리 몸 안의 세로토닌 약 90%가 뇌가 아니라 장에 존재한다. 장내 미생물이 세로토닌 분비를 조정하기 때문에 장의 상태가 곧 세로토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장이 건강하면 세로토닌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뇌도 맑아진다고 이시형 박사는 밝혔다.
이시형 박사의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키는 4가지 실천 습관은 다음과 같다.
1. 햇빛 쐬기: 세로토닌은 빛의 자극을 받아 활성화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20~30분만 걸어도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져 하루 전체의 기분을 좋게 한다.
2. 리듬 있는 운동: 빠르거나 격렬한 운동보다는 일정한 리듬으로 걷기, 팔 흔들기, 호흡 맞추기 같은 반복 동작이 좋다. 이는 뇌 세로토닌 신경핵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3. 좋은 관계와 따뜻한 대화: 사람과의 교감은 세로토닌 분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웃음, 포옹, 공감이 세로토닌의 촉매제가 된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세로토닌을 만든다. 반대로 외로움은 세로토닌을 고갈시킨다.
4. 균형 잡힌 식사: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은 두부, 달걀, 바나나, 견과류 등 단백질 식품에 풍부하다. 장내 미생물 건강을 위해 발효 식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이 건강하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현대인을 위협하는 뇌 피로와 고립
요즘 많은 현대인이 피로를 호소한다. 이시형 박사는 “실제로는 몸이 아니라 뇌가 먼저 지쳐 있는 ‘뇌 피로’ 상태”라고 진단했다. 정보 과잉, 수면 부족, 운동 부족, 스트레스, 디지털 중독 등이 뇌 회로를 끊임없이 과열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고 감정이 쉽게 흔들리며, 아무 의욕이 없는 상태로 이어진다.
이시형 박사는 “몸의 피로는 휴식이나 잠으로 회복되지만, 뇌의 피로는 ‘멈춤’으로 풀린다”며 “이는 의식적으로 고요함을 만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10분이라도 아무 자극이 없는 조용한 시간을 확보하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하며 잠드는 규칙적인 리듬을 유지해야 뇌의 평온이 지켜진다고 했다.
또 다른 심각한 위협은 고립이다. 고립은 고독과 다르다. 고독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성찰의 시간이라면, 고립은 외부 세계와 단절돼 관계의 에너지를 잃은 상태이다. 고립은 뇌와 마음을 동시에 병들게 만든다. 지속적인 고립은 면역력 저하, 불안, 우울, 치매 위험, 심지어 조기 사망률까지 높이는 요인이 된다. 담배나 비만보다 고립이 더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립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며,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정서적으로 단절되면 발생한다.
정신의 가장 강력한 면역력, 감사의 습관
이시형 박사는 “무기력과 고립에 맞서려면 감사 일기를 써야 한다”고 했다. 감사의 습관이야말로 정신의 가장 강력한 면역력이라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때 뇌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고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같은 회복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했다.
이시형 박사는 “매일 밤 자기 전 오늘 고마웠던 일 세 가지를 떠올리는 짧은 훈련은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했다. “감사는 단순히 긍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능동적 훈련이며, 정신의 복원력(회복 탄력성)은 바로 이 감사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감사하는 사람은 우울감이 낮고 수면의 질과 대인 관계 만족도가 높습니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결국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하루를 완성하는 단 하나의 습관으로도 충분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오건강’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