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영상 20도를 찍더니, 사흘 뒤 수요일(3일)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1도까지 내려갔다. 며칠 새 기온 차이가 최대 31도에 이른 것이다. 추위가 길게 이어지는 겨울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이 건강상 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일기 예보를 볼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절대 기온이 아니라, 전날 대비 기온 변화 폭이라는 뜻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지키려고 말초 혈관을 좁힌다. 추위가 지속되는 한겨울에는 몸이 조금씩 그 상황에 적응하지만, 하루 이틀 사이 4~6도 이상 떨어지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혈압이 크게 상승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아침 혈압 스파이크’다. 통상적으로 잠에서 깨어난 후 1~2시간 동안 혈압은 점차 오른다. 그 시간대에 추위에 노출되거나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를 체감하면, 피부·말초 혈관 수축이 크게 일어나고, 혈압은 평소보다 더 크게 상승한다. 특히 실내에서 따뜻하게 있다가 갑자기 야외로 나갈 때 혈압 폭이 커진다.
따라서 추위와 짧은 기간 큰 기온 변화 폭, 본래 아침 혈압 상승 리듬, 실내외 큰 온도차 체험 등이 겹치면, ‘아침 혈압 스파이크’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 결과 심근경색증, 뇌졸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실제 심근경색증 환자 발생 119 구급대 신고와 응급 이송은 아침 8~10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기온 저하가 심근경색증 발생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유럽심장학회지 연구 논문에 따르면, 심근경색증 발생률은 추위 다음 날부터 증가했다. 이후 1주일 정도 높게 유지됐다. 추위 당일보다 그다음 날부터 혈압 스파이크 여파가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혈압이 갑자기 치솟으면, 심장은 더 세게 뛰어야 하고, 산소 요구량도 늘어나 심장 근육에 부담이 간다. 심장 관상동맥은 차가운 자극에 의해 더 좁아지므로, 심근경색증·협심증 같은 급성 심장질환 위험은 배가된다.
기온 급락은 뇌혈관에도 악영향을 준다. 체온이 떨어지면 혈액이 끈적해지며 점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혈전이 쉽게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혈압 상승과 혈전 형성이 동시에 일어나면 뇌경색과 뇌출혈 모두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급격한 기온 하락 시 평소 갖고 있던 질병 악화도 우려된다. 심장에 관상동맥 스텐트를 넣은 사람, 부정맥 치료를 받은 사람, 고령의 당뇨병 환자,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 환자, 말초 혈관 동맥경화증, 천식, COPD(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 등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한파에서는 ‘일상 속 순간’에서 질병 발생과 사고도 집중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새벽에 출근하는 근로자, 욕실 사용이나 샤워 후 몸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바로 외출할 때, 난방이 덜 된 상태에서 아침 샤워 후, 음주하고 나서 늦은 시간에 귀가할 때, 난방이 제대로 안 된 단독 주택에서 지내는 고령자 등은 혈압 스파이크 발생이나 움직임의 둔함으로 낙상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그래픽 참조).
전문가들은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절대 기온이 높고 낮음보다, 얼마나 갑자기 추워졌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혈압 스파이크가 일어나는 아침 시간대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