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생기는 구내염과 유사하지만, 눈과 성기, 주요 장기까지 침범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성 염증 질환이 있다. ‘베체트병’이다. 1930년대 이 병을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터키 피부과 의사 훌루시 베체트(Hulusi Behcet)의 이름에서 따왔다.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이러면 낫는다’는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와 함께 베체트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성병으로 오인할 수도

베체트병은 환자의 면역 반응이 외부 자극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함으로써 조직과 장기를 손상시키는 병이다. 혈관이 많은 신체 부위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김도영 교수는 “국내 환자는 10만 명당 30명 꼴로, 최대 2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이러면 낫는다'

베체트병은 전염병은 아니지만, 유전 경향이 있는데 HLA B51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이 질환은 특히 유병률이 실크로드를 따라 높게 나타나 ‘실크로드병‘으로도 불린다. 발병 연령은 면역이 강한 20~30대가 가장 많지만, 진단은 30대나 40대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베테츠별의 가장 흔한 증상은 구강 궤양이다. 일반적인 구내염과 달리, 베체트병 궤양은 크기가 크고 통증이 심하며, 몇 주간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생기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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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환자의 70% 이상은 피부 병변 및 성기 궤양을 동반한다. 성기 괴양은 여성의 외음부나 남성의 고환 및 음경에 주로 생긴다. 모양이 구강 궤양과 동일하게 살이 파이는 형태다. 김도영 교수는 “젊은 환자들은 성병으로 오인해 산부인과나 비뇨의학과를 먼저 찾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이 외에 다리 정강이에 생기는 결절 홍반이나 몸통, 팔다리에 발생하는 여드름, 뾰루지 등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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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위험, 주요 장기 침범 시 사망 이를 수도

베체트병이 심각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실명 위험 때문이다. 환자의 약 절반이 포도막염을 앓는데, 과거에는 베체트병이 실명 원인의 세 번째 또는 네 번째 순위에 들기도 했다.

염증이 주요 장기를 침범하는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비교적 많은 편인 장 베체트의 경우 장에 큰 괴양이 생겨 장이 터지면서 복막염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혈관 베체트는 동맥류 파열을, 신경 베체트의 경우 갑작스러운 뇌졸중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완치 안 되는 만성 질환, 다학제 진료 중요

베체트병은 특정 검사 하나로 진단이 내려지지 않으며, 의료진이 두 세 가지 이상의 국제 진단 기준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정한다. 혈액 검사, 영상 검사(대장 내시경 등), 유전자(HLA B51) 확인 등 다양한 절차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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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교수는 “베체트병은 완치 개념이 없는 만성 염증 질환”이라며 “진단이 내려지면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라고 했다. 치료는 침범 장기별로 달라진다. 입이 주로 아픈 환자에게는 바르는 스테로이드나 면역 조절제인 콜키신을, 장 침범 환자에게는 메살라진 계열 약을 사용한다. 스트레스, 과로, 불면 등이 중요한 악화 인자로 작용하므로,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면역이 잘 조절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유튜브 ‘이러면 낫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