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이면 꽉 차는 지하 갤러리 공간은 토요일 오후 일찌감치 만석이었다. 마음건강 길 주최 ‘마음디톡스’ ⑧ <웰다잉 & 사후생> 컨퍼런스.
‘죽음’은 사람들이 멀리하는 주제라 생각해 일부러 아담한 장소를 잡았는데 정반대였다. 사흘 전에 이미 현장티켓이 동이 났다.
왜일까.
불안한 국제정세, 삭막한 국내 정치와 경기 침체, 그리고 백세장수시대를 맞아 부모의 노년과 자신의 노년이 겹쳐지는 시대.…
사람들은 ‘죽음’을 피하기보다, 이제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20년 넘게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지켜본 서울대 홍진의 간호사는 “가족의 손을 잡고 의식을 가진 채 작별하는 죽음”을 최선의 웰다잉으로 꼽았다.
그녀가 조사한 바람직한 죽음 역시 비슷했다.
‘편안한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떠나는 것.’
수많은 자료를 통해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사례를 보여준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학교 훈련장과 같은 곳”이라며 “우리가 여기서 배운 사랑과 용서가 마지막 순간의 의식을 결정한다”고 했다.
티베트 불교에서도 임종 직전의 마음 상태가 다음 생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강조했다.
“용서할 사람이 있다면 살아 있을 때 직접, 이미 떠났다면 마음속에서라도 꼭 풀어야 한다. 반대로 용서를 구해야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미움과 후회의 기억과 감정이기 때문이다.
■ 죽음을 회피하는 한국 문화
최준식 교수는 유학중이던 1980년대 미국 대학에는 죽음을 다루는 강좌가 여러 개 있었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단 한 과목도 없다고 했다.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홍진의씨는 “수능에 ‘죽음’ 관련 문제가 한 번만 나와도 학생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텐데 우리는 아직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린다”고 안타까워 했다.
24시간 성적에만 연연하는 삶을 사니 어떤 행복, 의미를 느낄 수 있을까.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문화는 결국 삶도 깊게 보지 못하게 만든다.
■ 죽음을 직면하면 삶이 가벼워진다
사후세계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죽음을 직면하면 할수록 두려움이 줄고, 삶은 오히려 더 충실해진다.
이런 태도는 심리학에서도 분명한 진리다. 우리 마음속 걱정이나 불안도, 회피하면 따라오지만 마주하면 작아지는 법이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바라보는 순간, 삶의 우선순위는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지금 이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정수지의 명상 피아노, 이한나의 소프라노가 이어졌다.
그 선율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일.
그것은 결국 오늘을 잘 살아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