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가 아까부터 말이 잘 안 나와….”

분초가 급한 뇌졸중이 발생했는데, 먼저 119 신고를 하지 않고, 아들이나 딸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가족들이 상황 판단을 못 해서, 환자 이송이 30분에서 1시간 지연된다.

때로는 급한 마음에 119를 부르지 않고, 보호자가 직접 환자를 자동차에 싣고 동네 병원으로 달리는 경우도 있다. 자칫 이송 중에 잘못된 자세로 환자 병세가 악화될 수 있고, 만약 뇌졸중 진단 장비인 CT가 없는 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앰뷸런스를 불러 큰 병원 가서 CT를 찍느라 1~2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그래픽=박상훈

때로는 119를 불러도 가족들이 환자가 다니던 병원으로 가 달라고 고집을 부릴 때도 있다. 병원 도착 후에 보호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CT, MRI 촬영이 늦어지기도 한다.

뇌졸중 증상인 반신마비, 언어장애가 생겼는데 ‘저혈당 같다’, ‘담에 걸렸다’, ‘무리해서 그렇다’, ‘어지럼증일 거다’라고 잘못 추정하기도 하고, “잠이나 좀 자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드러눕기도 한다. 뇌졸중 증상이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일과성 허혈 발작(TIA)’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본격 뇌졸중의 경고 신호로, 48시간 내 재발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3대 질환은 뇌조직 안으로 피가 고이는 뇌출혈, 뇌동맥이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막힌 뇌경색, 뇌동맥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가 터진 지주막하 출혈 등이다. 뇌졸중은 진행이 매우 빠르고 치료가 지체되면 신경학적 손상이 크기에, 어떤 경우라도 신속 진단과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가 환자 생명을 건지고, 신경학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에 뇌졸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가 뇌졸중 환자 발견 시 병원 도착 전 행동과 병원 선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 제작에는 학회 신경외과 전문의 외에 응급의학회, 뇌혈관외과학회,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도 참여했다. 최종 안은 대한신경외과학술지에 최근 게재됐다.

먼저 누구나 뇌졸중 핵심 증세를 숙지해야 한다<그래픽 참조>. 웃을 때 입꼬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얼굴 한쪽이 비뚤어졌을 때, 갑자기 한쪽 팔에 힘이 빠지거나, 팔을 들어 올리기 어려울 때,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말을 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 뇌졸중 증세로, 이 중 하나라도 있으면 먼저 119 구급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뇌졸중 간이 평가 점수를 매겨서 증증도를 파악하고,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가까운 뇌혈관 전문 병원과 뇌혈관센터 리스트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뇌졸중 환자가 이송된 병원에서 큰 대뇌혈관폐색에 의한 뇌경색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정맥내 혈전용해술(4시간 반 내)과 기계적 혈전제거술(24시간 내)이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한다. 1시간 이내로 이송 갈 수 있다면, 바로 기계적 혈전제거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라고 뇌혈관내치료의학회는 전했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 출혈이면, 두개골을 여는 수술인 클립결찰술과 동맥에 카테터를 넣는 뇌혈관 내 시술을 두고 뇌혈관 치료 전문의와 상의 후 선택하라”고 가이드라인은 권고했다.

권순찬(울산의대 뇌병원장) 학회 회장은 가이드라인 발표 논문에서 “뇌졸중 발생 응급 상황에서 뇌졸증의 심각성과 중증도가 조기에 인지되고, 환자가 뇌졸중 치료에 최적화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뇌졸중 후유증을 줄이는 최선의 길이기에 병원 도착 전 행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국민과 구급대원에게 널리 전파시킬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