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김성규

보행 분석 전문가들은 걷는 자세와 보행 속도만 봐도 그 사람의 인지기능이 어떤지, 낙상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보행은 단순한 다리, 허리, 팔의 움직임 같지만, 사실은 대뇌 피질에서 시작된 운동 신호가 뇌줄기와 척수를 거쳐 근육으로 전달되면서 뇌, 신경, 근육이 복합적으로 작동되는 종합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서적 <넘어지지만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를 펴낸 전(前)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 김헌경 박사는 “보행 속도가 느린 사람은 치매 위험이 1.6배 높고, 보폭이 긴 사람일수록 인지기능 저하가 낮게 조사되는데, 이는 보행이 뇌와 근육의 상호 조정 능력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낙상의 60%는 보행 중에 일어나고, 보행 저하가 있을 때 낙상 위험이 2.9배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보행에 근력과 평형성 수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행 강화 훈련을 하면 낙상 대처 능력이 높아진다”고 김헌경 박사는 전했다.

나이 들면 보행 패턴이 변한다. 일단 보폭이 준다. 허벅지 앞 근육과 종아리 근육이 퇴화되기 때문에 걸을 때 발을 높이 올려 앞으로 내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보격은 벌어진다. 걸을 때 왼발과 오른발의 간격을 보격이라고 하는데, 나이 들면 등이 굽어져 주저앉듯이 걷게 되고, 소뇌의 평형성이 떨어져 보격을 벌려야 걸을 때 좌우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령자는 점점 위아래 움직임이 없고, 잔걸음으로 슬로비디오로 걷게 된다.

왼발바닥 중심선과 오른발바닥 중심선이 이루는 각도를 보행각이라고 부르는데, 나이 들면 보행각도 벌어진다. 즉 팔(八)자걸음이 돼간다. 이는 양발을 안으로 모으는 허벅지 내전근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폭을 늘리고, 보격을 좁히고, 보행각을 줄이는 방향으로 보행 강화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그래픽 참조>.

특히 낙상 위험이 큰 사람은 보행 근육 강화 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낙상 위험 그룹은 ▲1년 이내 넘어짐 경험이 있거나 ▲넘어짐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본인이 느끼는 경우 ▲횡단보도를 파란 신호 동안 건널 수 없을 때 ▲ 보행 중 발끝이 자주 걸리거나 채일 때 ▲근력이 약해진 경우(악력 기준으로 남자 28kg 미만, 여자는 18kg 미만) ▲한 발로 서기를 5초 이상 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김헌경 박사는 “보행이 빠르고, 보행 자세가 올곧은 사람은 낙상이 적고, 인지기능 저하가 적고, 요실금도 적다”며 “일주일에 120분, 3개월간 보행 강화 근육 운동을 하면 보행 능력이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