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에서 한국유방암건강재단 주최로 열린 2025 핑크런에 참가한 러너들이 힘찬 출발을 하고 있다. 핑크런은 유방암 환우와 그 가족, 친구들이 함께 건강을 나누며 핑크리본 캠페인에 동참하는 축제다. /뉴시스

#1. 37세 직장 여성 A씨는 유방에 뭔가 멍울이 잡혀서 유방 촬영술과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유방암 진단이 나왔다. 그녀는 결혼 상태였지만, 출산 경험은 없었다. 집안에 유방암 가족력이 없었고, 유전자 검사에서도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브라카(BRCA) 변이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른 나이에 유방암에 걸린 것이다.

그녀는 먼저 항암 치료를 받고, 크기가 줄어든 유방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항암 치료를 하면 난자 생성과 생식 기능이 타격을 받아 나중에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의료진에게 들었다. 이에 A씨는 항암 치료 전에 과배란 유도 주사를 열흘간 맞고, 거기서 나온 난자 10개를 채취해 냉동 보존했다. 암 치료 후 시험관 아기로 임신을 하고자 함이다. 젊은 나이에 암 환자가 된 A씨는 나중에 암이 재발할지, 반대쪽 유방에도 암이 생길지 걱정이 크다.

#2. 43세 남성 B씨는 대장암 환자다. 가끔 배에 통증이 있고, 변비도 있었다. 설마 이 나이에 대장암이 생기겠느냐는 생각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았다. 증상이 생기면 약을 먹어 해결했다. 하복부 불쾌감이 오래 지속돼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결과, 대장 왼쪽에서 직장 쪽으로 내려가는 곳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젊은 나이에 생기는 대장암은 주로 대장의 왼쪽에 생긴다). 조직검사에서 선암이 확인됐다. B씨는 국소 재발을 막기 위해 대장 왼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직 아이도 어리고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안한 그는 수면 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젊은 암 환자가 는다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젊은 유방암 환자가 유난히 많다. 40대가 신규 암 발생 최다 나이다. 40대 이하 환자가 전체 유방암 환자 열 명 중 넷(38%)이다. 60대 후반과 70대에 유방암 환자가 많은 서구와 대조된다. 젊은 유방암 클리닉을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김희정 유방외과 교수는 “서구식 식습관이 급속히 진행됐고, 초경 나이가 빨라지고, 임신·출산 경험이 적은 이유 등으로 젊은 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유방암 환자 중간 나이가 10여 년 전 40대 중반에서 지금은 50대 초반으로 올라갔어도 가임기에 있는 폐경 전 유방암 발생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이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세계 1위다(2023년 국제 학술지 랜싯). 대장암은 대표적인 서구암으로 불리는데, 2위 호주(11.2명), 3위 미국(10명)보다 한국에 젊은 대장암이 많다. 이 세대의 대장암 연평균 증가율은 4.2%로, 이 또한 세계 1위다.

자궁에도 젊은 암이 많다. 자궁에 생기는 암은 크게 입구 쪽의 자궁경부암과 몸통 쪽의 자궁체부암으로 나뉘는데, 지난해 자궁경부암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2만4945명, 이 중 40대 이하는 9235명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한다(보건의료빅데이터 2024년). 비교적 고령에 생긴다는 자궁체부암도 40대 이하 환자가 전체 2만5000여 명 중 26%다. 넷 중 한 명꼴이다.

젊은 암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육류나 가당 식품 섭취 증가, 비만, 음주, 경쟁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이 꼽힌다. 젊은 대장암 클리닉을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김정은 종양내과 교수는 “하루 중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에게서 젊은 암이 많은 것으로 조사된다”며 “젊다는 이유로 암 검진을 소홀히 해 암이 비교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젊은 암 특징과 대응

가임기에 생긴 폐경 전 유방암은 폐경 후 유방암보다 치료가 더 복잡하고 힘든 편이다.

김희정 유방외과 교수는 “40세 미만에서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데, 이들은 국가검진 대상이 아니라 암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기 쉽고, 공격적인 아형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항암 치료로 생식 기능이 사라지는 것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치료제 선택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장암 3기의 경우,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했을 때 젊은 암 환자의 재발률과 암 관련 사망률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조사된다. 대장암 4기에서도 30대 환자의 전체 생존율이 50대 환자보다 낮다.

젊은 암 환자의 약 80%가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고, 64%가 휴직 또는 휴학의 경험이 있다.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할 나이에 미래가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탓에 젊은 암 환자의 55%가 암 치료 과정에서 불안 장애 또는 우울증 치료를 병행한다(서울아산병원 젊은 암 심포지엄 2025 자료).

젊은 암 환자는 암 치료 후 2차 암 발생 위험이 높은데도, ‘40세 이상부터’ ‘50세 이상부터’ 등 나이 기준으로 지원되는 국가암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 종결 시점인 5년 동안 암 환자 산정특례로 등록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암 진료비의 5%만 환자가 낸다. 하지만 젊은 암 환자는 암 치료가 끝난 5~6년 후에 임신과 출산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산정특례를 받을 수 없다. 젊은 암 환자에게는 산정특례 기간을 늘려주고, 미성년 자녀 케어 등 포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암 치료 이후 학업·취업 등 일상 복귀와 결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암 전문의들은 ‘암=대사 질환’이라는 인식으로 젊은 나이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증상이 있거나 대사 질환이 있을 경우 조기 검진에 나서고, 젊어서부터 암 예방 활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