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남성 A씨는 전립선암이 골반과 척추뼈로 전이된 상태다. 여러 항암제와 전립선암 성장을 멈추게 하는 호르몬 치료를 시도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는 뼈에서 오는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랬던 A씨가 다시 일상생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른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를 투여받은 덕이다.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고, 전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그래픽=양인성

A씨를 살린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는 한 손에 탐지자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무기를 든 결합체다. 리간드는 공격할 암세포를 찾아서 달라붙는 생물학적 ‘칙칙이’ 역할을 한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자체적으로 방사선이 나와서 암세포를 공격한다. 이 둘을 합친 게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다. 암세포에 달라 붙으면 그 안에서 방사선을 쏘아 암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이 방식을 잘 살리고 있는 분야가 전립선암 치료다. 전립선암 세포 표면에는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이라는 단백질이 존재한다.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제품명 플루빅토)는 PSMA가 있는 암세포에 달라 붙어 암세포 내부에 방사선을 방출하여 암세포를 사멸한다. 대신 주변의 건강한 세포는 암치료 영향을 적게 받아서 보호된다. 암세포 적진 깊숙이 방사선 발생 물질을 집어넣어 적을 공격한다고 해서 ‘방사선 미사일’로 불린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몸에 투여하면 영상 검사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어디에 가서 달라붙는 지 알 수 있기에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는 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한다고 해서 ‘테라노스틱스’로도 불린다. 치료(Therapy)와 진단학(Diagnostics)을 묶은 합성어다. 전 세계 암치료의 심판 역할을 하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2022년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유효성을 승인했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을 먹고 자란다. 이에 환자들은 남성호르몬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암 치료를 받는다.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는 이런 치료를 받았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 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하다. 이런 암을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이라고 부른다. 전립선암의 가장 심각한 단계다.

전립선암은 천천히 자라서 암이 발견되어도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발견 당시 이미 전립선을 벗어나 주위 장기나 림프절, 뼈, 폐 등으로 전이된 경우도 상당수다. 주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이다.

이런 상태의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하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는 혈액종양내과 및 비뇨의학과 의료진과 진료 상담을 하고, 방사성 동위원소를 다루는 핵의학과 의사를 통해 투여가 주도적으로 이뤄진다. 정맥 주사 형태로 진행되고, 격리가 필요하지 않아서 환자는 당일 바로 귀가 할 수 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플루빅토 치료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군에서 기존의 표준 치료만 시행했을 때와 비교해 했을 때 생존 기간을 2배 연장했다.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현재 국내에서 방사성 리간드 치료는 주요 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과 전이된 신경내분비종양(치료제 루타테라)에 쓰이고 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하늘로 데려간 암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테라노스틱스센터를 개설한 서울아산병원 류진숙(핵의학과 교수) 소장은 “국내외에서 유방암, 폐암, 췌장암, 신장암, 뇌암 등 다양한 난치성 전이성 암에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임상시험이 활발하고, 말기 상태가 아닌 전 단계에서도 사용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초고령 사회를 맞아 늘어나는 고령 암 환자에 생명 연장과 삶의 질 개선 목적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