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게티이미지뱅크

치매는 노년층 가장 두려운 질환 중 하나로 보통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찾아온다. 처음엔 단순 건망증처럼 보이던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치매로 악화시키는 5가지 요인을 지목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터’(Scientific Reports) 최신 호에 따르면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는 위험 요인들을 제시했다. 경도인지장애란 치매 고위험군을 뜻하며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 기능이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감퇴한 상태를 말한다. 다만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대체로 보존돼 있다.

연구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경도인지장애 환자 33만6313명을 2020년까지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여러 만성 질환과 생활 습관 요인이 독립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먼저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건 당뇨병이었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가 없는 사람에 비해 치매 전환 위험이 1.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조절이 안 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뇌가 포도당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에너지 결핍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알츠하이머병 주요 원인인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이 촉진돼 인지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이다.

심뇌혈관 질환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관상동맥 질환과 뇌출혈은 치매 발병률을 각각 1.05배와 1.34배 높였다. 심장이 약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줄고 미세혈관 손상이 생겨 신경세포가 만성적인 저산소 상태에 놓인다. 또 뇌출혈 후 염증 반응이 생기면 신경세포 손상을 가속한다. 앞서서도 낙상 등으로 인한 외상성 뇌 손상이 5년 내 치매 진단 위험을 69% 높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저체중도 치매를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노년기 체중 감소는 영양 부족이나 근감소증, 전신 염증 등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선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경우 알츠하이머 전환 위험이 1.28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전문가는 체중이 줄어드는 변화 자체가 이미 진행 중인 뇌 손상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치매 전환 위험은 1.74배 높았다. 우울한 감정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 축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코르티솔 호르몬을 지속해서 분비하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위축시킨다. 여기에 만성적인 신경 염증까지 일으켜 뇌의 회복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마지막 요인은 신체 활동 부족이다. 신체 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은 반대의 사람보다 치매 전환 위험이 1.19배 높았다. 반대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의 위험률은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은 뇌 신경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심혈관·대사 기능을 개선해 뇌 건강을 간접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