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의사가 아니었어?”
최근 인공지능(AI) 영상으로 만든 허위 경력의 가짜 의사가 등장해 건강 제품 과대·기만 광고를 하고 있다. 이 광고들은 ‘S대 출신’ ‘○○과 의사 40년’ 등의 허위 경력을 내세우거나, ‘항생제 없이도 방광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는다’ ‘하루 한 알만 먹어도 전립선 크기가 정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식의 과대·과장·기만 광고를 한다. 실제 의사나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AI로 가상 인물을 만들어 의사가 해당 제품 효능을 보증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AI를 이용한 기만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작년 온라인상 허위·부당 광고 적발 건수는 건강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 9만6000여 건에 달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의료인을 만들어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광고가 진화했다. AI를 활용한 허위·부당 광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부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적발된 부당 광고 중 AI를 이용한 영상 여부를 구별해 관리하고 있지 않아 ‘딥페이크’ 광고 적발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은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거나, 제품을 추천·사용한다는 광고를 할 수 없다. 그러나 AI를 활용해 ‘가상 의사’를 만든 경우까지 제재한다는 규정은 아직 없다. AI를 활용한 광고에 대한 표시 의무는 2026년 1월부터 시행되기에 그 전까지는 AI 허위 광고를 강력히 제재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AI로 만든 ‘가짜 의사’는 실물처럼 정밀하지만, 광고 내용을 자세히 보면, 어느 정도 가짜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실제 의료인 등장 광고는 보통 소속 의료기관명과 의료인 이름을 실명으로 표기하지만, AI 생성 가짜 의사 광고는 ‘박OO, 비교의학과 전문의’ ‘S대 출신 소아비만 치료 전문의 최OO 의사’ 같은 식으로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는다. 피부 주름이 사라졌다 생기거나, 목소리 톤이 지나치게 일정할 때, 입 모양이 대사와 맞지 않을 때도 AI로 만든 광고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제품의 ‘지나치게 극적인 효과’를 보장하거나 의사가 노골적으로 제품을 추천할 때는 AI 의사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광고 문구는 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광고심의 승인번호’가 영상 가장자리에 표기돼 있지 않을 때도 의심해 봐야 한다. 식약처는 “AI로 생성된 의사 사칭 광고도 소비자는 실제 의사·약사가 제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 기만 부당 광고로 판단해 조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