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햄·베이컨 같은 가공육 섭취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예방의학교실·유방외과·식품영양학과 공동 연구팀은 최근 가공육 소비와 유방암 발병률 사이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임상영양학’(Clinical Nutrition) 최신 호에 발표했다. 연구는 40~69세 여성 7만1264명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약 10년간 추적 관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기간 새롭게 유방암을 진단받은 인원은 713명(1%)이었다.
연구 결과 소시지·햄·베이컨 등 가공육을 주 1회 이상 섭취한 여성은 가공육을 전혀 먹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57%나 높았다. 이런 연관성은 50세 미만 젊은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가공육을 만드는 데 포함되는 질산염·아질산염 등 첨가물이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화합물’(NOCs)로 바뀌는 과정에서 유방 조직에 유전자 손상과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독성 물질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s)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도 유방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가공육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별개로 이번 연구에서는 소고기 섭취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경향이 관찰됐다. 소고기를 월 2회 이상 먹은 여성은 전혀 먹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위험이 18% 낮았다. 앞선 서구 연구에서 적색육이 유방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연구팀은 한국 여성의 소고기 섭취량이 서구보다 적은 점에 주목하면서, 소고기 속 필수 아미노산 같은 영양소가 호르몬·염증·대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음주나 운동 부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 암 발생 1위 질병으로 매년 3만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서구와 달리 젊은 층 발병도 많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2021년 신규 환자는 40대 8589명, 50대 8447명, 60대 5978명, 70대 2611명, 30대 2096명 순으로 절반 가까이가 40~50대에 몰려 있다. 전문가들은 서구형 식습관, 음주·흡연, 운동 부족, 비만, 유전적 요인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