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버틸 수 있었던 작은 부정적 생각이, 노년에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셔터스톡

권투 경기 같은 인생 후반전

권투 경기를 보면 초반에는 웬만한 강펀치에도 끄떡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소모되고, 충격이 누적되다가 종반전에는 가벼운 잽에도 흔들리며 쓰러지기 쉽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큰 충격도 잘 견뎌내지만, 나이가 들면 작은 일에도 크게 흔들린다. 노년기의 우울증이 바로 그런 경우다.

# 사례1. 성공 후 찾아온 몰락

내게는 사회적으로 성공했던 친구가 있었다. 능력도 인성도 갖춘 그였지만, 함께 일한 사람들과 갈등 끝에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였다. 결국 60대 초반 우울증이 찾아왔고, 그는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나는 그가 너무 잘 나갔고, 너무 완벽을 추구했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본다. 인생에서 갈등과 불행은 피할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흘려보내지 못했다. 행복한 마음을 잃으니 불행한 사건만 연이어 찾아왔고, 결국 일도 가정도 무너졌다.

# 사례2. 나 역시 걸렸다

비슷한 시기에 나 역시 우울증을 겪었다. 큰 성공을 거둔 친구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 좌절이 닥치자 집에 틀어박혀 우울증에 빠졌다.

차이는 방향이었다. 내 친구가 타인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왜 그렇게 한심하게 살았나”라는 자책이 나를 괴롭혔다.

극복과 몰락의 갈림길

우리는 서로 동병상련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나는 어떻게든 벗어나 삶을 더 사랑하게 됐지만, 그는 생을 마감했다.

무엇이 갈랐을까. 나는 후회, 자책의 되새김질을 멈추려 애썼다. 반면 그는 후회와 분노를 계속 붙잡았다. 꺼진 불씨를 다시 불태우듯, 루미네이션(rumination·반추 사고)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우울증은 바로 이 루미네이션이 만들어내는 병이다.

루미네이션, 노년기의 치명적 잽

루미네이션은 부정적 생각을 끝없이 되새기는 습관이다. 생각은 감정을, 감정은 몸을 흔든다. 젊을 때는 버틸 수 있지만, 60~70대 이후에는 작은 잽 같은 루미네이션이 결정타가 된다.

그래서 노년기에 우울증은 암·치매·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 병력이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크고, 심신이 무너져 암으로 번지기도 한다. 반대로 암 환자가 우울증으로 빠지기도 한다. 두 질환은 서로 얽힌다.

한국의 현실 – 특히 고령층 위험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 OECD 최고 수준을 이어왔다. 특히 고령층에서 심각하다. 2022년 80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60.6명으로, 전체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같은 해 우울증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고, 증가세는 고령층에서 두드러진다. 이제 노년기 우울증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기다.

노년기 우울증, 왜 늘어나나

  1. 정체성 상실 – 직장에서 불리던 이름이 사라지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허무가 온다.
  2. 사회적 고립 – 친구는 떠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3. 경제적 불안 – 소득 감소와 생활비 압박.
  4. 건강과 상실 – 통증, 불면, 질환, 배우자·동료의 죽음.
  5. 회복탄력성 부족 – 실패를 만회할 힘이 없다는 생각이 절망으로 이어진다.

자신만의 마음 피트니스를 찾자. / 셔터스톡

예방과 극복 – 몸과 마음 피트니스

노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혈압·혈당 관리 못지않게 우울증을 경계해야 한다.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가 핵심이다.

  1. 몸 관리 –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음식, 절제된 생활로 체력을 유지한다.
  2. 마음 관리 – 완벽하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생각과 감정을 가라앉히는 훈련을 한다.

마음을 잘 관리하려면 종교, 텃밭 가꾸기, 그림, 글쓰기, 명상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명상이 특히 도움이 됐다. 최근 출간한 <우울탈출법>에 나와 있듯이 매일 규칙적으로 호흡과 마음을 들여다보면 혼탁한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온다.

당신의 마음피트니스, 스스로 찾아라

맺음말 –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인생은 운동경기와 같다. 전반전에 아무리 잘해도 후반전에 무너지면 진다. 60대 이후는 후반전이자 종반전이다. 여기서 암과 우울증, 치매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영국 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처럼,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

노년기를 평온하고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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