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내가 있다. 내 아내는 물이고 나는 물고기다. 물은 물고기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물고기는 물이 없이는 살 수 없다.”
한국의 장수 부부로 꼽히는 권병호(당시 107 세·)김은아(102 세) 어르신이 들려준 말이다. 두 분의 사랑은 단순히 해로(偕老)를 넘어 삶의 의미와 행복의 본질을 보여준다.
사진가 남궁전(1922~) 어르신은 백세를 넘기고도 알프스의 험준한 미봉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늙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왔다고 했다.
나이가 아니라 열정과 태도가 삶의 무게를 결정한다는 증언이다. 그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알프스 3 대 미봉 답사촬영. 가장 슬펐던 순간은 아흔살에 부인을 사별했을 때.
미국 사업가 데이비드 머독(1923~)은 “125 세를 준비한다”고 말한다.
“나이는 언제나 똑같다. 몸을 사용하면 나이에 상관없다. relax 할 틈이 없다.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 생각하면 그대로 움직인다.” 그의 좌우명은 단순하다. “Just Do it!”.
박상철 교수의 장수 연구
이 사례들은 우리나라 장수학 권위자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가 수십 년간 백세 장수인을 직접 만나 발견한 연구 자료 중 일부분이다. 그는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주최한 전북 고창 웰파크시티 가을축제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수의 핵심은 특별한 유전자가 아니라 생활습관과 마음가짐입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백세인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1. 몸을 움직인다 – 농사일, 체조, 걷기 등 매일 신체활동을 지속한다.
2. 머리를 쓴다 – 글쓰기, 공부, 호기심으로 두뇌를 단련한다.
3. 마음을 가꾼다 – 감사, 만족, 긍정의 태도로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WHO(세계보건기구)가 말하는 웰빙의 네 축 ―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 ― 이 모두 장수인들의 삶에 녹아 있었다.
장수학의 교훈 – 관계와 사랑
박교수가 가장 인상에 남는 백세 할머니는 조사팀에게 “내가 며느리를 칭찬했다는 말을 꼭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 속에는 ‘관계’를 소중히 여겨온 일생이 담겨 있다.
한 노인은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며 사람들을 깨운다. 또 어떤 이는 백세가 넘어서도 매일 일기와 시를 쓰며 스스로를 다스린다.
그들에게는 절망이나 미움이 자리할 틈이 없다. 대신 호기심, 감사, 만족이 마음을 채운다. 장수의 비밀은 거창하지 않다. 관계와 사랑, 꾸준한 몸과 마음의 훈련 속에 있었다.
나의 성찰 – 루미네이션을 멈추는 힘
나는 우울증을 겪으며, 루미네이션(반추사고) 때문에 머리가 쉬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다행히 지금은 잘 극복해 건강하지만 21 세기 정보화시대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늘 쫓기고 살며, 심리적으로 수많은 생각과 불안, 압박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백세인들의 삶은 말한다. 몸을 움직일 때 머리가 쉰다.
걷고, 일하고, 몸을 쓰는 단순한 행위가 곧 마음의 안정으로 이어지며 주변 사람에 대한 작은 친절이나 배려로 발전된다.
서울시니어스타워의 비전
이번 강연이 열린 고창 웰파크시티는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 이종균 이사장이 설립한 장수마을이다. 지방대 출신 외과 의사로 서울에 올라와 송도병원을 열고 대장수술 명의로 성공한 그는, 번 돈을 다시 백세 시대를 준비하는 장수사업에 투자했다.
그는 일본, 미국 등 장수국을 직접 다니며 의료·복지 시설을 살피고, 한국형 장수타운을 설계했다. 그 결과가 서울시니어스타워와 고창 웰파크시티다.
그의 철학은 분명하다. “좋은 시설과 음식을 넘어, 죽을 때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 이를 위해 김정배 휘문의숙 이사장(전 고려대 총장-이사장)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 토론하고, ‘장수콘서트’를 열며, 학문과 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장수 문화를 개척하고 있다.
이종균 이사장이 만들어가는 장수타운은 미래의 행복한 삶의 모델을 한국 사회에서 구현해 보겠다는 실험이다. 100 세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약이나 기술보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돌보며 살아가는 태도다. 그것이 장수의 비밀이자 행복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