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부터 2박 3일 동안 대한명상의학회(회장 이강욱 강원대병원 교수)에서 주최한 하계 워크숍의 주제는 ‘움직임 명상’이었다.
다소 낯선 이 개념은, 사실 오래 전부터 동양 의학과 철학이 강조해온 ‘심신일원론(心身一元論)’을 떠올리게 한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이며, 몸이 막히면 마음도 막히고, 몸이 열리면 마음도 풀린다는 것이다.
몸은 내면의 정서를 보여준다
워크숍을 주관한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3대 부정적 정서는 ‘우울, 불안, 분노’인데, 몸으로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우울한 사람은 팔을 위로 활짝 펼치지 못한다. 불안한 사람은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동작이 좁아진다. 분노에 찬 사람은 화가 위로 솟구쳐 상반신에 힘이 몰린다. 몸의 모양이 곧 마음의 거울인 셈이다.
그렇다면 몸의 자세와 움직임을 바꾸면 정서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워크숍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고대 전사들의 운동에서 현대 치료까지
첫날 소개된 것은 고대 페르시아 전사들이 했다는 ‘페르시안 밀(Persian Meel)’ 이었다. 봉을 리듬에 맞춰 어깨 뒤로 돌리며 몸의 균형과 고유 감각을 일깨우는 방식이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반복되면서 흐트러진 주의가 ‘지금, 여기’로 돌아온다. 산만했던 머리가 고요해지는 순간이다.
이어진 ‘펠덴크라이스 요법(Feldenkrais Method)’은 보다 섬세했다. 정답이 있는 체조가 아니라 안내자의 가이드에 따라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자기 몸을 알아차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교정해 나가는 방식이다.
누군가가 이상적 모델을 제시하지 않는다. 각자의 몸 안에 이미 지능(intelligence∙똑똑함)이 들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정답은 밖에 있지 않다. 당신의 몸이 알고 있다.”
참가자들의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머리가 가벼워졌다”,”자세가 정돈됐다”, “통증이 사라졌다”, “숙면했다”, “나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고 있더라”…
이는 몸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으며, 몸이 균형을 찾을 때 마음에도 이완과 안정이 찾아온다는 증거였다.
움직임은 루미네이션을 멈춘다
나는 이번 워크숍에서 개인적으로 울림을 받았다. 우울증을 겪을 때 가장 큰 고통은 ‘루미네이션(rumination∙반추)’이다. 끝없이 되새김질하듯 부정적 생각이 이어져 머리가 쉴 틈이 없다.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건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 나도 큰 덕을 보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앉아서 가만히 명상하기 어려운 이들도 많다. 우울∙불안증 환자 상당수, 그리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성향의 이들은 특히 그렇다.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더 불안이 커진다.
그리고 늘 복잡한 머리와 스트레스, 조급함 속에 사는 많은 우리 주변 사람들…
이들에게 ‘움직임 명상’은 좋은 ‘마음피트니스’가 될 수 있다. 몸을 쓰며 리듬을 타는 단순한 동작 속에서 머리는 잠시나마 쉬며 몸은 이완된다. 즐거움과 신체 활력이 따라오고, 그것이 다시 마음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움직임을 통한 자각(ATM:Awareness Through Movement)’은 우리 몸 속 깊숙이 잠자고 있는 몸의 지성과 감각을 깨워준다.
약에 의존하지 않는 치유
오늘날 항우울제, 수면제에 기대는 이들이 많다. 물론 약은 필요하다. 하지만 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약은 신경계를 도와주지만, 몸에 내재된 회복력을 길러주지 않는다.
우울할 때 손을 들어 활짝 펼쳐보자. 불안할 때 어깨를 펴고 천천히 움직여보자. 분노가 치밀 때는 심호흡과 함께 하체를 움직여본다. 이런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심신은 균형을 찾아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