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안쪽 가운데에는 터널 같은 공간이 있고, 이곳으로 손 신경을 지배하는 정중신경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인대들이 지나간다. 이 손목터널(수근 터널)이 좁아지거나 부으면, 정중신경이 압박되고, 인대가 눌리면서 손가락에 통증이 발생한다. 이를 손목터널 증후군이라고 한다. 컴퓨터 사용 등으로 손목을 혹사하는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다. 치료로는 스테로이드 주사와 좁은 터널을 터주는 수술이 쓰인다.

최근 저명한 국제 학술지 랜싯에 두 치료의 성적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네덜란드에서 이뤄진 이 연구는 근전도 검사 및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934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대상자를 무작위로 나눠서, 반은 손목터널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했고, 반은 수술을 했다. 그 후 18개월에 걸쳐서 증상 개선 여부와 부작용 발생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치료 후 6주까지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18개월 후에는 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 466명 중에서는 45%만이 개선된 반면에, 수술을 받은 환자 468명 중에서는 61%가 개선됐다. 수술을 받으면 초기 6개월간은 손바닥 통증이 증가했지만, 점차 회복되어서 최종적으로 양 그룹의 부작용 발생 비율은 비슷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손목터널 내 염증을 줄여주고, 수술은 물리적으로 손목터널 공간을 넓혀서 정중신경 압박을 해소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치료 효과가 빠른 반면에 수술은 치료 효과가 더 확실하다.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한두 번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해보고, 차도가 크게 없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