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해마다 7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매미소리를 듣는다. 매미의 첫 울음은 대개 7월 10일 전후에 시작돼, 8월 초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아침에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깰 때도 있다.
그러다 8월 하순이 되면 매미 울음은 점차 잦아지고, 9월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참 신통하다. 마치 스케줄이 정해진 듯, 규칙적이고 일사불란하다.
지금 한여름. 도심 아파트 창밖에서 매미들이 웽웽 울어댄다.
옆 사람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한데, 이상하게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은 시원하다. 청량하다.
매미소리가 한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문득 매미소리가 뚝 끊긴다.
그 순간 고요가 밀려든다. 침묵이 찾아온다.
시끄러움 속에서 비로소 고요가 찾아온다. 도심에서조차 이럴진대, 산 속의 고요는 얼마나 깊을까.
시끄러움과 고요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요, 하나다. 좋고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 유쾌함과 불쾌함도 그렇다.
우리가 흔히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만, 실은 둘은 함께 존재하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더 환하고, 추함이 있어야 아름다움이 더 선명하다.
런던의 흐린 하늘과 추적거리는 비를 경험한 사람은 맑은 하늘과 햇살의 소중함을 안다. 리비아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있을 때 한 줄기 시원한 비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는다.
선 수행자에게는 이런 말이 있다.
“잡초가 보물이다.”
스티브 잡스의 선 스승인 스즈키 순류는 ‘선심초심’에서 이렇게 읊었다.
“바람 멎으니
떨어지는 꽃이 보이네.
지저귀는 새소리 있어
산의 고요함을 알겠노라.”
지금의 시끄러움도, 불편함도, 고단함도 나를 더 깊은 평화로 이끄는 문일 수 있다. 새로움을 알리는 전령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힘들 때일수록 이렇게 되묻는다.
“지금 이 힘듦이 내게 어떤 선물을 보내주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