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 등 청력 손실이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과 겹칠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학(UNIGE) 연구팀은 청력 손실과 외로움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심리학’(Communications Psychology)에 발표했다. 연구는 50세 이상 유럽인 3만3741명을 대상으로 했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4세였다.
참가자들은 2년마다 활동·사회적 연결·인식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고 표준화 과제를 통해 일화 기억(episodic memory) 등 인지 기능을 검사했다. 이어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 ‘고립되지 않았지만 외로운 사람’ ‘고립돼 있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 ‘고립되지 않고 외롭지도 않은 사람’ 등으로 그룹화했다.
비교·분석 결과 청력 손실 정도가 심하거나 악화했을 때 즉각 회상·지연 회상 같은 일화 기억과 언어 유창성 같은 인지 수행 능력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능력들이 저하되는 속도도 더 빨랐다. 특히 인지 기능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외로움을 느낀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외롭지 않은 사람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더 많이, 더 빠르게 저하됐다.
인지 기능 저하가 가장 큰 그룹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이었고 ‘고립되지 않았지만 외로운 사람’이 그다음이었다. 또 청력 손실과 외로움이 겹칠 때는 인지 저하 폭과 속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노인층의 인지 저하를 예방하려면 청력 손실뿐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측면을 모두 다루는 게 중요하다는 걸 뒷받침한다”며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겐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