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랜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원고를 탈고하고 연례 건강검진을 받았다. 마침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13년 전, 2012년의 병원 기록이 있어 비교해보았다. 그때는 56세, 지금은 69세. 놀랍게도 지금이 훨씬 건강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꾸준한 명상과 운동, 흥분하지 않는 마음 관리. 젊을 때는 에너지를 흩뿌리며, 살았지만 지금은 절전형으로, 절제하며 산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술도 음식도 즐긴다. 이런 즐거움도 포기하지 않되, 조율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터득한 마음피트니스 덕분이다.
우울증 치유 과정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 모든 악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다운 곡이 완성되듯, 우울증 치료 또한 약물치료, 심리치료, 생활 습관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이 어우러져야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 내 하루는 대체로 맑다. 잠시 마음이 흔들리는 새벽만 지나면 대부분 맑고 평정을 유지한다. 스트레스는 그냥 놓아둔다. 없애려 하면 오히려 붙잡힌다. 구름처럼 바라보면, 구름처럼 흩어진다.
한 심리학자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울증은 단순한 신경증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겐 ‘영적 위기’입니다.”
그는 내가 ‘오래된 영혼’ 같다고 했다. 삶을 많이 살아본 영혼처럼 침착하다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우울증을 ‘이겨내려’ 하지 않았다. 그저 손님처럼 대하려고 노력했다. 오면 앉게 두고, 갈 때가 되면 보내주었다. 그러면 이내 떠났다. 이것이 내가 배운 마음 기술이자, 나의 마음 피트니스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글로 써 신간 『우울탈출법: 평정과 휴식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에 담았다. <아래 포스터 참조>
그리고 오는 15일 오후, 덕수궁옆 대한성공회에서 <마음건강 길>이 주최하는 ‘마음디톡스 ⑦’ 강좌에서 발표한다.
<자세히 알아보기 ☞: https://mindwellpath.co.kr/cnf-v1-article.html >
우울은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가르치기도 했다. 실존적인 위기였지만, 인생 최고의 스승이기도 했다.
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남긴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생은 야구와 같다. 9회말 2아웃에서도 역전은 가능하다. 그 순간까지, 나의 경기를 나답게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