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는 이른바 무(無)알코올 맥주를 마시다가 혈당이 치솟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정은 이렇다. 그는 팔뚝 안쪽에 연속 혈당 측정 패치를 붙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 패치에 갖다 대면,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가 스마트폰에 표기된다.
그는 공복 혈당 수치가 당뇨병 진단 기준인 126(mg/dL) 이상은 아니지만, 100~125를 왔다 갔다 한다. 당뇨병 전(前) 단계인 것이다. 이 상태에서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절반이 당뇨병 환자가 된다. 이에 A씨는 혈당 관리를 위해 어떤 음식을 먹을 때 혈당이 얼마나 오르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연속 혈당 측정기를 몸에 붙인 것이다.
그러다 알코올 섭취를 줄이려고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는데,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알코올이 없으면 칼로리가 적어서 혈당이 적게 올라야 하는데 왜 그런 걸까. 여기에 무알코올 맥주의 함정이 있다. 무알코올은 일반 맥주와 달리 알코올 제거 과정을 거친다.
발효 중단 방식은 당이 알코올로 전환되기 전에 발효를 멈추게 하여 당이 분해되지 않은 채로 남아서 높은 당류 함량을 가질 수 있다. 이미 발효된 맥주에서 알코올을 제거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당류가 적지만, 맛을 보완하기 위해 첨가당(포도당, 맥아당, 과당 등)을 넣는다.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맥주보다 쓴맛이 약하고 바디감이 떨어지기 쉬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을 일부러 넣는 것이다.
실제 시판되는 무알코올 맥주에는 100mL당 2~8g의 당류가 들어 있다. 일부 제품은 콜라(10mL당 10g)의 당류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당뇨병 환자나 당뇨병 전 단계에 있는 사람은 무알코올 맥주를 많이 마시면 혈당이 크게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을 위해 마신 무알코올 맥주가 오히려 혈당 급등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