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바꾼 나의 말투와 태도
우울증을 앓던 어느 시기, 나는 내 자신이 낯설어졌다. 판단력이 흐려졌고, 감정 조절이 안 됐으며, 상황 파악에도 엇박자가 생겼다.
회의 자리에서 갑자기 농담을 던졌고, 어색해야 할 자리에선 느닷없이 친근하게 굴었다. 반대로 친밀한 자리에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멀어졌다.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멈출 수 없었다. 내 감정과 행동을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은 게 아니었다. 사고가 흐려지고, 판단과 표현이 뒤틀려 있었다. 겉으론 평정해 보여도, 내 안의 회로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우울증은 감정이 아닌 뇌의 변화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신경과 전문의 마수드 후사인의 책 《아웃사이더》(까치, 2024)를 읽었다.
책에는 뇌졸중 후 완전히 달라진 한 남성이 등장한다. 50대 중반, 원래는 침착하고 공감 잘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병 이후 그는 공격적이고 고집스럽고 때로는 무례하게 변했다. 가족은 혼란스러워했고, 그는 점차 외톨이가 되었다.
이유는 전두엽과 편도체 손상이었다. 후사인 교수는 “뇌는 자아의 기반이며, 자아란 뇌와 사회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뇌가 다르면, 사람의 행동도 달라진다. 그것은 ‘그 사람의 본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사례를 보며 문득 나 자신이 떠올랐다. 그땐 나도 몰랐다. 우울증이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일 수 있다
그 시절 나는 사람들을 잃었다. 오래된 친구가 멀어졌고, 가깝던 지인들과도 거리가 생겼다. 서운했다. 그리고 자책했다.
‘왜 나를 피하지?’‘내가 민폐였나?’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나의 뇌가 고장 나 있던 것이다.
실제로 뇌영상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전두엽, 해마, 편도체는 기능이 매우 저하되거나 반대로 항진돼 있다. 감정 조절, 판단력, 기억력, 공감 능력 모두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은 단순히 슬픔의 문제가 아니다. 자아와 관계를 형성하는 뇌의 기반을 흔든다. 그래서 생각과 말투, 태도와 감정이 흐려진다. 무심코 던진 말이 엇박자가 되고, 관계는 서서히 어긋난다.
결국 사람은 혼자가 된다. 스스로도 자신을 낯설어 하고, 사회도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본다. 그가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 주변에 예전과 다른 말투, 어색한 태도, 반복되는 오해로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이 있다면, 그를 이상하다고 단정짓기 전에 한번 생각해달라.
‘혹시 그 사람, 마음이 아픈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