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무릎에서 금침이 발견된 사례가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페이스북

60대 한국 여성의 머릿속에서 기생충처럼 보이는 수많은 이물질이 발견됐다. 이물질의 정체는 ‘금침’이었다.

한국인 60대 여성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머리 부분에 흰색 이물질 수십개가 발견됐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페이스북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침에 관한 글을 연이어 올렸다. 금실매선요법으로도 불리는 금침요법은 얇은 순금을 1㎝ 미만의 길이로 나눈 뒤 통증 부위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금침이 뼈와 관절 주위 조직에 지속적인 자극을 줘 세포의 재생을 유도하고, 약해진 조직을 강하게 만들어 통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물질이 남아있는 경우 염증 악화와 2차 감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 과장은 60대 여성의 머리 부분 엑스레이 사진을 공개하며 “환자에게서 1㎝ 크기의 수많은 이물질들이 보였다”며 “기생충? 전기칩? 외국이었다면, 특이한 환자 사례를 올리는 ‘케이스 리포트’에 해당하는 사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의사들은 헛웃음부터 짓는다며 양 과장은 “저 이물질은 기생충이나 전기선이 아니라 금침 자국이었다”고 했다. 다만 “위치가 독특했다. 주로 무릎이나 허리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머리였다”고 했다.

양 과장은 “진단은 저 사진 한 장만으로 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금침이 정수리 부분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편두통이라면 한쪽에 금침이 치중되어 있고, 삼차신경통이면 눈쪽에서 금침이 발견됐을 것이고, 뇌암이나 뇌경색이었다면 환자가 멀쩡하게 걸어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양 과장이 내린 결론은 ‘긴장형 두통’이었다. 긴장하거나 걱정이 많아서 생기는 두통이었다. 이 말에 환자는 “머리 가운데가 자주 아파서 침도 맞아보고, 신경과에서 MRI도 찍었는데 아무 이상 없었다. 요즘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하고 나서부터 걱정이 더 많았다”며 “어쩜 그렇게 말씀을 속 시원하게 해주시냐”고 만족해했다고 한다.

손과 무릎에서 금침이 발견된 사례가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페이스북

양 과장은 “의학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며 “침 관련해서는 한국 의사가 전문가다. 자주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손, 무릎, 폐 등에서 발견된 금침 사례 사진을 올렸다. 그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NEJM에서는 침 관련 영상이 자주 특이 케이스로 올라오지만, 한국에서는 아주 평범한 경우”라며 “침으로 인한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질환)은 매우 흔하고, 심지어 위 내시경에서 침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양 과장의 글은 다른 소셜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됐다. 수십만 회 조회되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양 과장은 “물론 이 글을 보고도 끝까지 금침을 맞겠다고 고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상당수 사람은 금침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될 것”이라며 “내 글을 읽고 1만명만 금침을 맞지 않는다면 미래에 수백 명의 사람이 금침으로 고통과 후유증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