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목적 등으로 뇌 MRI를 찍으면, 고령자의 뇌 조직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이상 신호가 종종 보인다. 이럴 때 대개 뇌(腦) 소혈관 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뇌의 작은 혈관들이 동맥경화로 좁아졌거나 막혔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된다.
이런 뇌 소혈관 질환이 결국은 인지 저하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의대 신철 교수 인간유전체연구소 연구진은 2011~2022년 49~79세 성인 2454명을 대상으로 뇌 MRI와 인지 능력의 8년 전과 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 결과, 연구 참가자의 37%에게 뇌 소혈관 질환이 있었고, 이들은 해당 질환이 없는 집단보다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뇌 소혈관 질환이 있는 집단의 인지 능력 저하는 더 빨라졌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랜싯 자매지에 게재됐다.
뇌 소혈관 질환은 급성 뇌졸중이나 출혈을 유발하는 대혈관 질환과 달리 초기 증상이 미미하거나 모호하게 나타난다. 손 떨림이나 느려진 걸음걸이, 언어 장애, 한쪽 입가나 손발의 마비 등의 증상이 미세하게 보인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방치할 경우, 치매나 보행 장애 같은 더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신철 교수는 “뇌 소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은 고혈압, 당뇨, 흡연,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며 “45세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인 뇌 건강 점검과 정밀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과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