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심리학이든 동양 철학이든, 고통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직면(直面)’이다.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두려움이나 혐오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비로소 해법이 나온다.

프로이트는 신경증 치료에서 억압된 무의식을 직면해야 한다고 했고,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 역시 고통스러운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흔들리지 않고 바라보라고 가르친다.

정신분석학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사진 오른쪽)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피하거나 숨기지 말고 사실 그대로 직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물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러나 이제는 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직시하고 치유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여론은 ▲정당한 통치 행위로 보는 입장과 ▲내란 행위로 간주하는 입장으로 갈렸으나, 시간이 지나며 중도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명백한 실책이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과 위기를 선명하게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사회의 근본적 갈등을 수면 위로 떠올려 마주하게 했다.

◇ 한국 사회의 본질적 갈등 5가지

① 대한민국의 정체성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인 나라 vs. 건국부터 잘못된 나라

② 북한 문제

위협적인 독재국가 vs.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

③ 외교·안보

미·일과 자유민주주의 유지 vs. 중·러와 손잡고 새로운 질서

④ 경제 시스템

시장경제 속에서 개혁 vs. 국가주도·사회주의 경제 체제

⑤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

현 체제 유지하며 점진적 개혁 vs. 근본적인 사회구조 변혁

윤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로 우리 여론은 탄핵 찬성(왼쪽)과 반대로 나눠 대립해 왔다. /연합뉴스

이제 우리는 ‘지금의 체제를 개혁할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 질문은 단순히 정권교체나 이념의 문제라기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다.

21세기 민주사회에서 여론은 여론조사, 투표, 시위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형성된다. 과거 민주화 운동처럼, 특정 세력만이 공통된 목표를 위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행동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진실을 왜곡하거나 선동하는 흐름에는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적이거나 폭력적인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

역사적으로 간디,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는 분노를 넘어서 평정과 지혜로운 행동으로 세상을 바꿨다. 그런 차원에서 비상계엄 선포나 서부지원 사태는 민주주의적 해결 방식이 아니다.

불의에 맞서 비폭력을 내세워 정의와 진실, 화해의 사회를 구현한 20세기 지도자. 왼쪽부터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셔터스톡

마음공부는 어떻게 현실을 바라볼까?

마음공부는 흔히 개울물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일과 비슷하다고 한다.

무작정 헤집으면 물만 흐려지고, 미꾸라지는 달아난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개울물이 맑아지고, 수초도, 가재도, 피라미도 보인다. 그때 뜰채를 들면 된다.

지금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혼탁한 현실을 제대로 보고 대처하려면:

-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바라보는 눈

- 감정을 억제하고 평정을 유지하는 힘

- 지혜로운 행동을 선택하는 용기

이 세 가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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