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이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전자담배 흡연이 일반 연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동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담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연초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져 사용량이 급증했으나, 마찬가지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연구팀은 8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 학술대회에서 ‘일반담배 흡연자·전자담배 흡연자·비흡연자 간 운동 능력 비교 실험’을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자담배의 장기적 사용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폐 기능이 정상인 20대 60명에게 고정식 자전거를 타게 해 운동 능력 등을 측정했다. 20명은 흡연 경험이 없는 비흡연자였고, 20명은 최소 2년 이상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 나머지 20명은 최소 2년 이상 일반 담배를 피운 사람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운동하는 동안 심장·폐·근육 반응이 최대치에 도달할 때인 ‘최대 운동 능력’을 측정했고, 혈액·초음파 검사로 동맥 기능도 점검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흡연자의 최대 운동 능력은 186와트(W)로 비흡연자의 226W보다 크게 떨어졌다. 182W를 기록한 일반담배 흡연자와 비교했을 때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평균 산소 소비량을 봤을 때도 전자담배 흡연자와 일반담배 흡연자는 각각 분당 2.7ℓ와 2.6ℓ로 비흡연자(분당 3ℓ)보다 적었다.

혈액·초음파 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자담배 흡연자와 일반담배 흡연자는 모두 비흡연자보다 혈관 기능이 떨어지는 징후를 보였다. 또 최대 운동 수준에 도달하기 전 이미 숨이 차고 다리 근육 피로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근육 피로 징후인 혈중 젖산 수치도 높게 나타났다.

전자담배 담뱃갑에 포시되는 경고 그림. /보건복지부

연구를 이끈 아즈미 파이살 박사는 “모든 참가자는 폐 손상 징후가 없는 젊은이들이었지만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흡연자는 운동 내내 뚜렷한 과호흡과 높은 근육 피로도를 보였다”며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앞서 지난 4월 미국 볼티모어 지역 의료 기관 메드스타 헬스 연구팀은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심부전 발병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19%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전자담배에도 니코틴이 함유돼 있어 혈관 탄력을 떨어뜨려 심장에 큰 스트레스를 준다”며 “전자담배는 생각했던 만큼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흡연자인권연대가 전자담배와 관련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기각되는 일도 있었다. 연대 측은 개발원이 제작한 담뱃갑 그림과 금연 광고 때문에 흡연·건강·평등·명예권이 침해됐다며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건강을 덜 해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건강에 덜 해로운 담배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담배 제품을 일반담배(궐련)와 동일하게 규제하도록 권고한다. 미 폐협회에 따르면 전자담배에는 포름알데히드·아세트알데히드·디아세틸 등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 이로 인해 폐 손상이 발생하고 호흡곤란·호흡부전·기침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