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사과를 많이 그려서 ‘사과 화가’로 불린 폴 세잔(1839~1906년).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세잔은 사과를 오래 보며 그 변화를 그림에 담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사과는 금방 썩지도 않기에 오랜 관찰 대상으로 적당했다.

폴 세잔이 1884 년에 완성한 자화상. /그리스 아테네 미술관 Basil & Elise Goulandris 재단 소장

세잔은 자신을 관찰한 초상화도 많이 그렸다. 평생 동안 다양한 포즈와 표정의 자기 모습을 화폭에 담아서 초상화로 예술적 발전을 도모하고, 연작으로 세월의 변화도 남겼다. 45세에 완성한 자화상 <어깨 너머로 바라보는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중년의 과묵함과 강렬한 시선, 텅 빈 탈모와 수북한 턱수염이 인상적이다.

세잔은 어린 시절부터 천식을 앓았으며, 천식은 성장과 예술적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때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웠고, 캔버스와 물감 냄새는 천식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한다. 천식은 알레르기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반복적으로 좁아지는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잦은 기침, 호흡 곤란, 쌕쌕거리는 소리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국내에서 천식은 인구의 5% 정도에서 발생한다.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서양 데이터를 보면 어릴 때부터 천식이 발병해 성인이 되어서도 천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성인이 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가 더 많아 천식 환자 연령대가 10세 정도 더 높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감기로 의심해 병원을 전전하다가 뒤늦게 천식 진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천식을 조기에 진단하려면 증상이 애매할 때 반복적인 폐기능 검사를 하여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교수는 “상당수 환자가 증상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다가 다시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 잠시 병원을 찾고, 그 과정서 스테로이드를 반복 복용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며 “호흡기내과 의사 한 명을 주치의로 삼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잔이 평생 사과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린 것처럼, 천식도 그렇게 꾸준히 관찰하고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