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유달리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때문에 온갖 연명치료를 받으며 혼수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 /셔터스톡

# 우리나라에 기독교문화가 들어오고 생활방식이 많이 서구화됐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죽음과 내세관이다.

미국을 비롯 서구를 가면 집 근처, 교회, 학교, 공원 등지에서 아름답게 꾸민 공동묘지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서구인들에게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그들의 종교관답게 죽음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내세로 이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질겁을 한다. 옛날부터 무덤이나 공동묘지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과거 유교 풍습으로 죽은 조상들에 대한 예(禮)는 극진히 갖추면서도 대체로 한국인들은 죽음을 ‘소멸’로 여겨 왔다.

그러다보니 한국인들은 유달리 생에 대한 집착과 함께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때문에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하면서 엄청난 장례비를 들이고, 말기암 환자는 온갖 연명치료를 받으며 혼수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수백·수천·수억원하는 의료비와 장례비 부담은 모두 살아남은 가족들이 떠안게 된다.

이런 임종과 장례문화, 나아가 죽음관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죽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국내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이자 종교학자인 최준식 전 이화여대 교수(한국학)다.

미국 템플 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그는 죽음에 관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고 10여년전부터는 ‘웰 다잉(well-dying)’ 전도사가 돼 ‘임종학 강의-아름다운 삶을 위한 죽음 공부’란 책도 펴냈다.

“죽음은 갑자기 닥쳐오는데 한국인들은 준비 잘 안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말기 질환에 들어가면서부터 임종 직전, 임종 후, 장례, 사별 후 슬픔 치유 문제 등에 대한 상황과 가이드를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죠. 한마디로 잘 정리하고 가자는 것이죠. 그런데 아직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는 특히 사전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사전 유언장 서식까지 포함시켜 놓았다.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 최준식 전 이화여대 교수는 자기 영적 수준, 즉 파동(진동)수에 맞는 영혼들끼리 사는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셔터스톡

- 사후 세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죽으면 나비(영혼)가 고치(몸)를 벗고 훌훌 날아가듯 자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이나 지옥은 없고 각자 자기 영적 수준, 파동(진동)수에 맞는 영혼들끼리 유유상종하며 사는 것이죠. 착한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끼리, 욕심 많은 사람들은 또 그런 사람들끼리... 영계와 물질계는 차원이 다릅니다. 물질계는 아주 느린 파동의 고체들로 이뤄져있고, 영계는 매우 빠른 에너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영들이 인간과 접촉하려면 진동수를 낮춰야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죠.”

최 교수는 사람과 영(靈)은 영매같은 중개자들을 통해서 소통하고, 간혹 영혼들이 희미한 영상이나, 꿈, 촉각이나 후각으로, 또는 직감적으로 사람과 접촉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죽은 사람이 직접 나타나는 경우는 설은 많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고 한다.

“무슨 업(業)인지 자기가 죽은 줄 모르거나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떠도는 귀신이나 유령의 존재들이 있죠. 그러나 그 영혼들은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전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며, 그게 우주의 법칙입니다. 악귀의 존재는 인간(의 두려움)이 스스로 만든 것이고요.”

최 교수는 사후세계에 대해 쓴 책으로는 18세기 유럽 사상가 스웨덴보그의 체험기 <나는 영계를 보고 왔다>를 최고로 꼽았다. 어렸을 적 신비체험을 해 영적 세계 연구를 필생의 업으로 삼은 서울대 종교학과 성해영 교수도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최준식 교수

우리가 흔히 인과응보라고 부르는 ‘카르마(karma) 법칙’은 ‘지금 내가 겪는 경험은 과거의 내 행동의 결과이고, 지금 내 행동이 미래의 내 경험이 된다’는 것이며, 이는 우리 삶과 우주의 준엄한 법칙이자 질서라고 그는 강조했다.

“나쁜 짓을 하는 등 우주운행 질서를 거스르면 카르마는 예외없이 작용하죠. 우리가 죽어서 영계에 들어오면 자신이 생전에 이해 못했던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모두 자신이 풀어야 할 카르마들이었죠. 만약 제대로 풀었다면 그것은 소멸되는 것이고,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다시 환생해 풀어야 합니다.”

- 우리가 뭘 조심해야죠?

“우리의 생각이나 말, 행동입니다. 모두 영혼 속에 저장됩니다. 따라서 살면서 나쁜 카르마를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 다시 태어나서 카르마는 어떻게 해소하죠?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바뀝니다. 예컨대 전생에 살인을 저질러 그 업을 소멸하기 위해 이 생에 태어났다고 반드시 살인 같은 비극을 당하는 것은 아니죠. 만약 그가 철저히 회개하고 다른 선업을 쌓았다면 이미 카르마는 소멸된 것일 수 있습니다.”

살아 생전에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 예컨대 북한의 김일성이나 김정은 같은 이의 과보(果報)는 엄청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생각이다.

- 카르마법칙에 따르면 지혜로운 사람은?

“사실 카르마 법칙은 항상 우리를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을 항상 만들어주죠. 혹시 지금 갑자기 엄청난 비극, 고통, 병이 찾아온다고 해도 이는 내가 지은 카르마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어야 합니다. 지혜가 밝은 사람은 자신의 인연이나 카르마가 어떤 것인지 잘 살피고 그 카르마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같이 흘러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자살은 카르마 법칙을 어기는 가장 안좋은 것이라고 했다.

- 일반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죽음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늙으면 자연과 가깝게 지내다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마음도 순화되고 몸도 깨끗해지죠. 또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맞는 것은 피하라, 연명치료도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가장 좋은 임종의 모습은 영혼이 몸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의식을 갖고 가족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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