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1887~1986년)는 미국 화가이다. 당대에 드문 여성 작가로, 구름·돌·사막 등 자연을 소재 삼아 많은 창조물을 남겼다. 꽃 사물화 연작은 가장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그녀는 강하고 선명한 색으로 동물의 뼈와 사막의 풍경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그렸는데, 이는 유약한 몸 상태와 연관되어 있다.

오키프는 중년에 들어서 현기증과 우울증을 포함하여 다양한 병을 앓았다. 예술 작업으로부터 벗어나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받았다. 그녀는 1930년경부터 미국 남쪽 뉴멕시코에서 휴양의 시간을 보낸다. 그게 오키프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녀는 사막 속에서 활기차게 살아가는 꽃과 식물에서 그림의 영감을 얻었다. 개별 꽃들을 단순하면서 강렬하게 크게 묘사했다. 종종 꽃 잎사귀가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추상감을 자아냈다. 이런 그림들은 자연을 감각적이고 생동감 있게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인생 후반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화가들이 그렇듯, 좋은 시력이 필요한 그림을 접고, 가까이 앞에 놓고 작업할 수 있는 도예나 조각으로 업종을 바꿨다. 근시로 가까운 것만 볼 수 있었던 로댕이 조각에 매달렸듯이 말이다.

장재우 김안과병원 성형안과전문의는 “그녀는 평소 안경 없는 완벽한 시력을 자랑했는데, 뉴멕시코에서 살면서 강한 햇볕에서도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아 나이 들어 백내장과 황반변성에 시달렸고, 태양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는 효과도 없는 눈운동에 매달려 시력을 더 망쳤다”며 “만약 오키프가 지금 살아 있었다면 황반변성 치료에 현재 널리 사용되는 항체주사 치료를 받으며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키프의 병은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개발하도록 이끌었다. 역설적으로 병이 없었으면 20세기 가장 저명한 여성 화가는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질병을 이긴 환자들은 말한다. 질병이 나를 더 강하게 했고, 행복으로 이끌었다고. 99세까지 산 오키프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