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다들 아는데, 폐고혈압은 잘 모른다. 난치성 질환이지만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발견되어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폐고혈압은 무엇이고 왜 치명적인가.

우리 몸은 심장을 중심으로 두 개의 순환계가 있다. 하나는 심장에서 피가 나와 온 몸을 도는 ‘전신 순환계’다. 좌심실이 피를 뿜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 전신을 돈 피는 심장 우측으로 들어온다. 이때 우심실이 펌프가 되어 피를 폐로 보내 들이마신 산소를 맞도록 한다. 폐순환이다. 폐고혈압은 피를 폐로 보내는 과정에 폐동맥 압력이 높아진 상태다.

우심실 펌프는 압력이 높아도 나자빠진다. 그러면 피를 폐로 못 보내게 되고, 결국은 산소 먹은 피가 전신 순환계로 오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숨가쁨이 폐고혈압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폐고혈압의 원인은 다양하다. 피를 전신으로 뿜는 좌심실에 문제가 생겨 혈액이 정체되어 폐고혈압이 올 수 있다. 경부 고속도로 입구가 밀려서 서울시내가 밀리는 것과 같다.

문제는 원인도 모르고 생기는 경우다. 특발성 폐고혈압이라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다. 평균 약 48세에서 진단이 이뤄지고, 유전적 돌연변이가 있다. 폐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한 경우, 5년 생존율이 70% 정도 된다. 조기 발견하여 관리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정욱진(가천의대 심장내과)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은 “특발성 환자 상당수가 폐고혈압으로 신체 조직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피로감을 크게 느끼는데, 그냥 허약 체질이라고 생각하고 여기다 진단이 늦어진다”며 “움직임이 활발할 때 조금이라도 숨이 차면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서 조기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