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회담을 마친 뒤 귀국행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대면 종전협상은 11일 오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1박 2일 동안 중간휴식을 취해가며 3라운드에 걸쳐 진행됐다. 미국측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21시간 동안 회담을 했다”고 했는데, 이는 미·이란 대면 협상은 물론,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 등을 모두 망라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모두 매머드급 협상단을 꾸렸다.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측은 경호·의전 인력을 포함해 약 300명에 달했고, 이란측도 모하마드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70명이 이슬라마바드에 왔다. 양국은 협상 개시 전 소통 작업의 일환으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각각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파키스탄 총리실이 “평화 회담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는데, 미·이란측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美 철수 행렬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측 인사들과 평화 협정 협상이 결렬된 뒤 차량 행렬을 이뤄 누르칸 공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샤리프가 동석한 가운데 밴스와 갈리바프가 직접 악수를 나눴고, 파키스탄의 중재하에 이뤄지는 3자 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로이터는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하고 회의 내내 긴장감이 요동쳤다”고 했다.

12일 오전 3시를 넘어서자 이란 정부는 회담이 종료됐다면서도 “일부 이견이 있지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보도와 달리 밴스는 오전 6시30분쯤 이란과 2시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핵 포기 확약 등이 이뤄지지 않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미국으로 복귀한다”고 했다. 그는 짧은 모두 발언 이후 동행한 백악관 출입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몇 개 받은 뒤 오전 7시20분쯤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러드 쿠슈너나 스티븐 윗코프 중동 특사는 따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밴스가 평화 협상 결렬을 선언하던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장녀 이방카, 장남 트럼프 주니어 등과 함께 종합격투기(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이란 기내엔 숨진 초등생들 영정·책가방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11일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기내 좌석에 놓인 어린이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전쟁 초기 미국의 폭격으로 사망한 이란 남부 미나브의 샤자라 타이이바 초등학교 학생들로 알려졌다. 당시 공습으로 학교에서 수업 중이던 어린이와 교사 170여 명이 사망했다. /AFP 연합뉴스

이날 회담은 이슬라마바드의 5성급인 세레나 호텔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측은 며칠 전부터 일반 투숙객을 전원 퇴실시키고 인근 도로를 전면 차단했다. 시 당국은 9~10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영공 감시를 강화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했고, 파키스탄 내무부는 양국 대표단의 안전 보장을 위한 비상 대응팀을 가동했다. 주요 거점마다 검문소,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평소 번화한 수도가 사실상 통행금지 상태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 양국 대표단과 기자단에는 이례적으로 도착 비자 발급을 약속했다.

이란 대표단은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전쟁 초기 미군의 오폭으로 사망한 초등학교 희생자들의 사진을 실었다. 갈리바프가 X(옛 트위터)에 공개한 기내 사진을 보면 좌석 위에 아이들의 영정 사진과 함께 그을린 책가방, 꽃 등이 올려져 있다. 또 대표단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로 도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이란 관리들이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대표단 중 상당수가 검은색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추후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얼굴을 가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