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람바마드에서 만나 자정 넘은 시간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졌다. 1979년 외교 관계 단절 이후 47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대면(對面) 회담으로 미국 측에선 J D 밴스 부통령, 이란에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각각 참석했다. 양국은 휴식을 포함해 8시간 넘게 줄다리기를 했지만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 친(親)이란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 거점이 있는 레바논 휴전 등을 놓고 뚜렷한 합의에 이르렀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타결이 안 돼도 상관 없다”며 협상 중에도 이란을 압박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회담이 11일 오후 5시30분 이슬라바마드의 5성급 세레나 호텔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밴스와 함께 트럼프의 맏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스티븐 위트코브 중동 특사 등이 참석했는데 미 대표단 규모는 경호 인력을 포함해 약 3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하는 3자 회담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미국 전문가팀이 이슬라마바드에 동행했고 전문가들이 추가로 워싱턴 DC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DC 인근 자신의 골프 클럽을 찾았고, 이후 플로리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회담은 지난 7일 트럼프가 ‘2주 일시 휴전’을 선언한 지 나흘 만에 열린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란과 매우 심도 있게 협상을 하고 있다”며 “타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란과 합의가 되는지는 내게 상관없다”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에 충분히 유리한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감안해 일종의 ‘기대 관리’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관련해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란과 더불어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이른바 ‘크링크(CRINK)’라 불리는 국제 권위주의 블록은 이란 상황 속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11일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난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USS 마이클 머피'. /미 해군

한편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 개시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제거 작전을 펼쳤다.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에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 프랭크 E. 피터슨함, USS 마이클 머피함 등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며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중 드론을 포함한 미군 병력이 며칠 내 추가로 기뢰 제거 작전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미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건 대(對)이란 작전이 시작된 후 처음있는 일이다. 악시오스는 이번 작전이 이란과의 조율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거기에) 기뢰 제거함이 있고, 해협을 쓸어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군이 기뢰 제거에 성공해 항로를 확보해도 이란이 미사일, 드론으로 선박을 공격해 통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해협을 여는 것”이라며 “겁먹었거나 약하거나 인색한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해협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이란 상황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응수하던 중 “우리는 이제 중국,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국가들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 정리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놀랍게도 그들은 이 작업을 스스로 해낼 용기나 의지가 없다. 하지만 매우 흥미롭게도 많은 나라에서 빈 유조선이 석유를 채우러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란 상황 이후 한·중·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을 콕집어 여러 차례 항행(航行) 확보를 위한 군함 파견 등을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