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마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항행(航行)의 자유 수호와 관련해 나토가 단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를 ‘아빠(daddy)’라고 불러 국제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된 뤼터는 이날 로널드 레이건 재단 연설에서 “언어의 문제고 나에게도 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라면서도 “나는 평생 이 표현을 떠안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행사장의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뤼터는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났는데, 이번 방미(訪美)는 트럼프가 자신의 파병 요구에 응하지 않은 나토에 대해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는 나토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네덜란드 총리 출신인 뤼터가 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나토가 도울 수 있다면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확보를 위해 단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30국 군 수장이 이를 거론한 사실을 논의하며 “일부 동맹국이 조금 느리기는 했지만 공정하게 말하면 조금 놀라기도 했던 것이다” “이것이 1단계 스텝”이라고도 했다.
뤼터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의 불만을 달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유럽이 며칠 내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을 ‘협조국’과 ‘비(非)협조국’으로 분류, 비협조국에 주둔한 미군을 협조국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전투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한 스페인의 경우 미군 기지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뤼터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있어 나토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4국(AP4)인 한국, 일본, 호주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란과의 협상이 길어질 경우 핵 능력을 이미 수중에 넣은 “북한과 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