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7일 약 2주 동안의 일시 휴전(休戰)에 합의하며 파국으로 치닫던 이란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모순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대면(對面) 협상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이번 합의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취약한 합의가 벌써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불안한 휴전(shaky truce)”이라고 했다.
우선 이란 상황의 분수령이자 한국 등 에너지 수입국의 이목이 집중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이란의 입장에 온도차가 있다. 트럼프가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을 전제로 이란과 2주 휴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지만, 압바스 아락치 외무 장관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이란군과 협의를 거쳐야 하고 통행 수량에도 제한이 있을 것이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해협 개방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정작 트럼프가 ABC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과 이란이 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공동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친(親)이란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 거점이 있는 레바논도 이번 휴전 합의에 포함되느냐도 또 다른 논쟁거리다. 이란의 반국영 방송사인 파르스통신(FNA)은 이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동시에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이 멈춰 섰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레바논도 적용된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레바논 적십자사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돼 8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PBS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헤즈볼라 때문에 레바논은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그 문제도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두고는 “별개의 작은 교전” “협상의 일부고, 모두가 알고 있다”며 평가 절하를 시도했다. J D 밴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란 정권의 일부 인사들이 합의된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의 일시 휴전 선언에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레이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는 이란 내 지휘 통제 체계가 미비하고 일부 지휘관들이 통신 문제로 연락이 닿지 않아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휴전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번 휴전을 ‘일시 중단(pause)’으로 규정하며 미군이 언제든 전투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우리는 방아쇠에 손을 얹은 채 어떤 공격에도 더 강력한 힘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대부분의 쟁점에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등을 놓고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