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7일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모호한 조항이 표현에 대한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표현에 대한 과도한 검열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 간에 적절한 단계별 소통이 확실히 이뤄지길 원한다”고 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 등)을 다룬 로저스는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각종 규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온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인 인사다. 표현의 자유를 특히 강조하고 검열에 반대하는 인물인데, 지난해 정통망법을 두고 “한미 간 기술 협력을 위협하는 검열 법안”이라 비판해 주목받았다.
지난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 한국을 방문한 로저스는 이날 오전 워싱턴 DC에서 가진 한일 언론 대상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공익(公益)‘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모호한 부분이 있어 과도한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통망법 개정안은 구글, 엑스(X), 메타(페이스북) 등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플랫폼 사업자들이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삭제·차단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 조야(朝野)에서는 이를 ‘디지털 장벽’ 중 하나로 보고 있는데, 로저스는 “자유 사회에서는 치즈버거를 금지하기보다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려주고, 샐러드를 더 많이 먹도록 권장할 것”이라며 규제 방향에 있어서 우리 당국과는 근본적인 철학 차이를 드러냈다. 사전에 정보를 검열·선별하기보다 충분한 ‘반박(counter-speech)’을 보장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이와 함께 “우리는 기업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한 한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CC)의 권한이 기업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표현을 과도하게 규제하도록 부당한 유인을 만들지 않을지 궁금하다”며 표현의 자유 억압 가능성을 거듭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측 카운터 파트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 측이 이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규정을 시행해 가는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현재 무역대표부(USTR)도 우리 정부의 디지털 규제를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보고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로저스는 “301조 절차와 관련해선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무역대표부(USTR)에 답변을 맡기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로저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미디어국(USAGM) 수장으로 지명해 상원 인준을 앞두고 있다. USAGM은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대북 정보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매체들을 관장하고 있다. 로저스는 방한(訪韓) 기간 탈북민들과 면담한 것이 “가장 뭉클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며 “이번 만남이 폐쇄적인 사회에서 정보 접근이 갖는 가치를 정말 강조해 줬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내가 맡게 될 역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취임 후 첫 한일 방문을 마무리한 로저스는 “일본에서 샤브샤브를 즐겼고, 한국에서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을 처음 맛봤다”며 “이렇게 훌륭한 동맹을 방문하게 돼 정말 운이 좋았고, 지금이 우리 한·미·일 ‘동맹(alliance)’에 있어 정말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