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지난 2024년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유소년 경기에 참석해 축하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최근 “티잉 그라운드로 가는 길에 정치적인 질문을 받는 걸 제일 좋아하지 않는다”며 “공을 페어웨이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그 와중에 북한 사람들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라이스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사상 첫 흑인 여성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대북 강경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한 북한을 ‘폭정(暴政)의 전초 기지’로 규정해 제재와 6자 회담을 통한 압박을 병행했다. 국무장관 시절 머리를 비우기 위해 골프를 배웠다는 그는 미 외교가에서 소문난 골프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라이스는 이달 초 공개된 마스터스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9일 개막하는 미 프로골프(PGA)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골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조지아주(州)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리는데, 설립 90년이 넘은 이 골프장의 회원이 되는 건 하늘에 별 따기다. 회원 대다수가 백인 남성일 정도로 폐쇄적이라 성별 및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는데, 라이스는 2012년 첫 여성회원으로 가입하며 ‘금녀(禁女)의 벽’을 깼다. 라이스는 “훌륭한 선수들의 탁월함을 축하하는 마스터스 대회는 감회가 남다르다”며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내 일정표에 내년 대회도 표시가 돼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피겨 스케이팅을 했고 피아노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라이스가 골프를 시작한 건 미 내각에서 가장 바쁘다는 국무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골프를 시작하고 계속한 이유는 국무장관 같은 직책에 있어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탈출구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라며 “낮이 길어지는 여름에 혼자 나가 9홀을 걸으며 공을 치는 것이 나에게 엄청난 휴식이 된다”고 했다. 자신의 전 ‘직장 상사’인 부시에 대해서는 “내 ‘꿈의 4인조’에 포함시키겠지만 문제는 플레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라며 “최근에 그분을 인터뷰하면서 ‘실제로 멈춰서 퍼팅 라인을 읽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밖에 라이스는 프로농구(NBA) 전설인 마이클 조던, 프로미식축구(NFL) 은퇴 후 골프에 깊이 빠져있는 래리 피츠제럴드 등과의 플레이를 특히 즐겼다고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 /유튜브

1954년생인 라이스는 퇴임 후에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싱크탱크인 애스펀전략그룹(ASG)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우리는 공직에 종사하는 누구에게나 지나치게 비판적”이라며 “가끔 신문을 읽을 때면 그 자리에 단 5분이라도 앉아서 얼마나 힘든지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공무가 정말 힘들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골프를 즐기는 와중에도 동반자들로부터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는 라이스는 “공을 페어웨이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며 정치적인 질문을 받는 것이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