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3일 방한(訪韓) 일정을 마무리하고 출국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은 통상 서울에 오면 탈북민들과 공개 또는 비공개 면담을 갖는데, 로저스는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에서 이들과의 만남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로저스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한미 간 기술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 비판해 주목받았다. 허위 정보를 가려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검열(censorship)’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이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테크 업계와 가까운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 중 상당수가 공유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로저스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한국 방문 중 탈북민들과 면담한 사진을 올리며 “이번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폐쇄적인 정보 환경에서 자란 그들은 자유라는 개념을 단편적인 조각들로만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북한 사회는 철저히 정보의 유입·유통이 금지된 닫힌 사회이기 때문에 한국 리얼리티 쇼의 한 장면, 북한군과 달리 미군은 자원입대해 급여를 받는다는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를 얻었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이들 대부분은 어린 나이에 처형이나 고문의 위협을 무릅쓰고 험난한 육로를 통해 탈출했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이 아닌 ‘북향민(North Korean-born citizens)’을 공식 용어로 사용할 것”이라 주장해 국제 사회와 대북 인권 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로저스는 ‘탈북민(North Korean defector)’이란 기존 표현을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로저스를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관장하는 글로벌미디어국(USAGM) 수장에 지명했다. 이 중 VOA와 RFA는 심층 취재와 탐사 보도를 통해 북한 내부의 인권 침해 실상을 국제 사회에 폭로하고, 북한 주민을 외부 세계와 이어주는 창구 기능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과 미국에 체류하는 탈북민 중에서는 “VOA나 RFA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로저스는 “(상원 인준을 위한)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글로벌미디어국 관련 업무에서 배제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권위주의 사회에서의 정보 접근 중요성 및 이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전했다.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방한 기간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민들과 만난 모습. /X(옛 트위터)

이는 미 정부가 전통적으로 중시해 온 대북 정보 유입을 한 층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 속 북한 인권 정책 경시를 넘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등 원칙을 갖고 임해야 할 다자(多者) 외교에서도 난맥상을 노정하고 있다. 한편 로저스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국무부가 외국 선전 위협을 무시했다는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반박하며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국에 반감을 품은 여러 세력이 소셜미디어에 허위 정보를 뿌리는 위협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미 국익을 해칠 수 있으며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로저스는 그러면서도 “모두가 새로운 정보 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심하고 있고, 우리는 다양한 대응책을 지지하지만 검열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