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방송 진행자인 다라 페리노. /폭스뉴스 유튜브

기자회견, 즉흥적인 질의응답, 트루스 소셜 등 하루에도 끊임없이 메시지를 발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 하나가 있다. “이 말을 하면 내 정치 커리어가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건데, 대개 이후 여성의 외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류 사회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개적인 외모 평가는 물론 언급 자체도 금기시되지만, 트럼프만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거침없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본인도 이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지 “내 정치 커리어가 끝장날지도…” 같은 사족을 붙일 뿐이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폭스뉴스 ‘더 파이브(The Five)’ 프로그램의 생방송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진행자 다라 페리노가 “이란인들이 전쟁 중 어떻게 지내는가” “먹을 것과 마실 물이 있냐”는 사뭇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트럼프는 돌연 페리노에게 “몇 년 전 트럼프 타워가 준공됐을 때 함께 점심을 먹었던 것을 기억하냐”며 “오래 전인데 당신은 변하지 않았다. 당신은 그때보다 더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는 “내 정치 커리어가 끝장날 수 있으니 이런 말을 안 하겠다” “더 이상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면서 사실상의 외모 평가를 이어갔다. 칭찬을 들은 페리노는 “헤어와 메이크업 덕분”이라며 이를 넘기려 애를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팸 본디 법무장관이 지난 23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해 8월 백악관 내각 회의 도중에도 팸 본디 법무장관을 향해 “팸을 좀 보라”고 말하더니 “나는 그녀가 아름답다고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내 정치 인생은 끝장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적(政敵)이라 할 수 있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나는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100살은 돼 보인다” “알다시피 정치에선 외모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지 않냐”라고 했다. 같은 해 6월에도 백악관 행사 도중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여성 출입 기자가 평화 협정과 관련해 트럼프에 찬사를 쏟아내자 “이렇게 말하면 내 정치 경력을 끝낼 수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당신은 정말 아름답고 내면도 아름답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에 대해서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의 백악관 출입 기자인 캐서린 루시가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해 질문하자 “조용히 해, 피기(piggy)”라고 발언했다. 사람을 돼지에 빗댄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인데 이후 국제 여성 언론인 단체가 “여성 기자를 침묵시키기 위한 성차별적 공격”이라 비판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서 종종 언급되는 뉴욕타임스(NYT)의 민완 기자인 케이티 로저스 역시 “겉과 속이 모두 추한(ugly) 사람”이란 비난을 들은 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8월 백악관 행사에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한 여성 기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