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28일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현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레이프바인(텍사스주)=김은중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핵심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28일 미 텍사스주(州)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현장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란 상황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협상 상대가 누군지도 불확실하고 양측 요구도 타협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이란 군사 작전을 놓고 분열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는 “제대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암울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가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이자 대중(對中) 강경파인 그는 한국·일본 등에서 군사 자산이 잇따라 반출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동맹을 압박해도 된다고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 이란 작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나는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도 탈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란 지도부를 제거했기 때문에 과연 그쪽에 협상할 사람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이 일본·한국·대만 같은 우리 동맹을 압박할 수 있는 계기로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한국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뺐는데 그걸 다시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1979~1980년 구축함 항해사로 남중국해에 파견돼 한국 등을 순찰했다. 중동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 호르무즈 해협 코앞까지 갔는데, 우린 파병 임무를 마치고도 아시아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 이란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나는 5월 중순으로 발표된 미·중 정상회담이 그때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본다.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양국의 요구가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몇 주 안에 이 문제가 결론에 이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 11월 중간선거는 어떻게 보나.

“이란 상황 전부터 전망은 암울했고,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건 꽤 명백하다. 하원을 장악하려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풀뿌리 단위에서 매일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걸 못 하면 선거에서 완전히 박살 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텍사스에 온 것이다. 여러분은 대단한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으니, (이란 상황을 둘러싼) 분열이 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다고.”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28일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은 이란 상황을 어떻게 볼까.

“북한이 독재 체제를 위해 핵을 보유한 것이 전략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김정은이 더 대담해질지 잘 모르겠지만 그는 우리가 동아시아에서 미군 자산을 철수시킨 것을 보고 있다. 항공모함, 트리폴리함(강습상륙함) 등 우린 이미 엄청난 자원을 빼서 중동에 투입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 해군이 순찰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복잡한 문제고 한국의 국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원하는데.

“한국인들이 무얼 원하는지는 한국인들이 결정해야 할 몫이다. 다만 (핵으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김정은이 이란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협상 상대라는 걸 경고하고 싶다. 비록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지만, 독재 체제를 지탱하는 여러 요소가 있고 중국이라는 후원자도 있다. 북한은 끔찍할 정도로 잔혹하고, 평범한 나라가 아니다. 이런 나라와 정전 협정을 하고, 평화 조약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통일에 대해 논의하는 건 너무 복잡한 일이다. 당장은 김정은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결의가 약해졌다고 믿지 않도록 (방위 공약을) 확실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 한미 동맹의 현 상태는 어떻게 평가하나.

“우려했던 것보다는 더 견고한 것 같다. (보수 청년 운동가) 찰리 커크가 지난해 암살당하기 직전 한국을 방문한 것을 기억하나. 그게 (매가 진영에)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 딸도 거기 있었다. K팝 등이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걸 보면 한국은 비교적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나는 한때(군복무 때) 서울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주변에 늘 한국에 가서 한국 사람들을 알아가는 게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 중 하나라 말해왔다. 친해지면 정말 가족 같고 환상적인 한국인들이다. 그리고 그곳의 보수주의 운동도 다시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스티브 배넌

‘트럼프의 책사’ ‘매가(MAGA)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 강경 보수 우파 인사. 버지니아 공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해군 장교를 거쳐 골드만삭스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다. 2007년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창립해 보수 진영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 총괄을 맡았고, 트럼프가 당선 후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일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막후에서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