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워싱턴이 아니라 우리를 돌봐줄 상원의원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다 내 사람들입니다.”
27일 미국 텍사스주(州)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로널드 레이건 만찬’ 무대에 오른 켄 팩스턴 주 법무장관이 이렇게 말하자 청중이 기립박수를 쳤다. 11월 텍사스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팩스턴은 오는 5월 26일 현직 4선(選)인 존 코닌 공화당 의원과 경선을 치른다. 코닌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팩스턴에 열광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지가 일찌감치 코닌을 낙점하려던 트럼프의 계산을 깨뜨렸다.
팩스턴은 27일 만찬 연설을 했고, 28일에도 보수 진영의 ‘정치 수퍼볼’이라 불리는 연례 최대 행사 CPAC 현장을 찾아 유권자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펼쳤다. 지역 언론인 ‘더 댈러스 모닝 뉴스’는 “팩턴이 치킨 너겟을 허겁지겁 먹거나 페퍼민트 사탕을 집어들 때만 잠시 멈췄고 그 외에는 계속해서 참가자들을 상대로 포옹과 악수를 아낌없이 건넸다”고 했다. 무대에선 텍사스가 지역구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언급하며 “우리는 코닌보다 크루즈 같은 의원이 더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7일 연사로 무대에 오른 ‘MAGA 진영의 설계자’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팩스턴은 풀뿌리(grassroot) 운동의 상징으로 단순한 법무장관이 아닌 그 이상”이라며 “공화당 기득권층이 그의 완전한 파멸을 원하지만 여러분이 지지해 팩스턴이 승리를 향해 이 고비를 뚤고 나가고 있다”고 했다.
1962년생인 팩스턴은 시민권 확인 같은 투표 규제 강화, 연방 정부 권한 축소, 불법 이민 강경 대응 등 매가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주장을 해 온 정치인이다. 그가 불륜, 공금 유용 의혹으로 2023년 공화당 우위인 주 하원에서 탄핵 소추를 당했던 역사가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다. 반면 매가는 원내 총무 등을 지낸 코닌이 우크라이나 지원, 총기 개혁 등에서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취한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코닌을 두고 이름만 공화당원을 의미하는 명칭인 ‘라이노(RINO)’라 부를 정도다. CPAC은 이번 행사에 앞서 양쪽에 초청장을 보냈지만 코닌은 불참했다. 코닌의 이름에 참가자들이 야유를 보내자 주최 측 인사가 “왜 그가 오지 않았는지 알겠다”고 농담했을 만큼 분위기가 냉랭했다.
28일 현장에는 상당수 인사들이 ‘팩스턴(PAXTON)’이란 이름이 크게 적힌 패널을 들고 곳곳을 누볐다. 이들은 트럼프의 침묵을 팩스턴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로 해석하며 “팩스턴이 11월 의회에 입성해 진짜 주민들을 대변하는 상원의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CPAC이 행사 기간 19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인 ‘스트로 폴(straw poll)’에서는 팩스턴이 67%의 지지를 얻어 21%에 그친 코닌을 압도했다. 폴리티코는 팩스턴이 지난주 트럼프 사저인 마러라고를 방문해 대통령과 만나 직접 대화를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렇게 ‘노선 정리’가 지연될 경우 11월 본선에서 누가 됐든 공화당 후보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89년생인 민주당 신예 제임스 탈라리코 하원의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의 고향인 텍사스는 1988년 이후 공화당이 항상 이긴 보수 ‘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