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15개 요구 목록을 전달했다고 CNN이 2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는 전날 이란과 핵 무기 포기를 포함한 15개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하며 발전소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유예했다고 밝혔는데, 중개 역할을 자처한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의 ‘위시 리스트’가 전달됐다고 한다. 이란이 이 중 어떤 조건에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동의 맹주 자리를 노려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트럼프에 전쟁을 지속할 것을 독려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이 제출한 목록에는 이란의 방어 능력 제한, 후티·헤즈볼라 같은 역내 친(親)이란 무장 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 이스라엘 인정 등이 포함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는 전날 이란이 완전히 핵무기를 포기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고농축 우라늄도 회수할 것이란 취지로 얘기했다. 세계의 주요한 원유 수송로로 이란의 봉쇄 이후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곧 개방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란 신정(新政) 정권의 ‘공동 관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식통들은 “목록 상당수가 전쟁 이전에 미국이 요구하던 것과 유사하고, 일부는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양국이 실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직접적인 접촉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국가들은 트럼프가 주도하는 대(對)이란 군사 작전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에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압박하자 걸프 동맹이 이란의 민간 발전소를 공격할 경우 ‘재앙적인 상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CNN은 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이란과 다퉈온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이 트럼프에 이번 작전이 “중동을 재편할 역사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며 ‘장기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정권 전복이 필요하다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종전에 종종 열린 태도를 보였지만, 빈 살만은 그것이 ‘실수’라 주장하며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지만, 빈 살만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 규정하며 지상 작전도 옹호했다. 현재 일본과 캘리포니아주(州)의 해병 5000여 명이 증파돼 미군은 이란 석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섬 점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적인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