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해병대가 추가 파견되고 최정예 공수 부대도 배치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의 핵물질 확보, 주요 에너지 거점 장악 등을 위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 지상군 투입을 결정한다면 이번 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에는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각종 발전소를 초토화(obliterate)할 것”이라고 했다.

CBS 등 미국 언론들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된 31해병원정대 약 2500명에 이어 캘리포니아주(州)에서도 11해병원정대 2220명과 군함 3척도 중동으로 이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지상 전투와 특수 임무를 전문으로 하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육군 82공수사단도 중동 지역 배치를 준비중이다. 82공수사단은 전 세계 어디든 18시간 내 투입이 가능한 최정예 부대로 적 지휘부 및 핵심시설 타격 등을 주 임무로 하는 초기 진입부대다. 이 사단의 ‘즉각대응군(IRF)’은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제거 작전,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현장 등에 투입돼 주요한 역할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상군 준비하면서 트럼프 “작전 축소” 또 연막전술 가능성

트럼프는 이날도 “이란 지도부와 해·공군은 사라졌다. 미국은 이란을 지워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해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핵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 같은 중동의 우방을 보호하기 위해선 지상 작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미국 내 유가를 비롯한 세계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지상군 투입을 통해서라도 전쟁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유혹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5만명에 더해 추가로 투입되는 해병 약 5000명은 이란 해안가에 배치돼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거나 이란 정권의 석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군사 기지를 구축해 해협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는 소규모 도서 지역은 장악 시 해상 운송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어 1차 목표로 거론된다.

다만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반발 등 때문에 지상군 투입은 막판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대규모 지상군 공격을 지지하는 여론은 7%에 그쳤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군 통수권자에게 최대한의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국방부의 임무”라며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20일에는 트루스 소셜에서 “우리는 이란의 테러 정권에 대한 군사적 노력을 점차 축소(wind down)하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군사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란 작전 개시 직전까지도 협상과 대화를 언급했던 것만큼, ‘점진적 축소’ 언급은 출구전략이라기보다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시간을 벌기 위한 ‘연막작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이날 ▲이란의 미사일 능력 무력화 ▲방위 산업 기반 파괴 ▲해·공군 무력화 ▲핵 능력 원천 차단 ▲중동 주요 동맹국 보호 등을 군사목표로 제시했다. 백악관은 그동안 트럼프가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할 경우 이란의 명시적 항복 선언 여부와 관계없이 작전을 끝낼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다만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상대방을 초토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휴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하루 뒤엔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를 풀지 않을 경우 “이란 내 각종 발전소를 타격해 (이란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란군 대변인은 22일 반관영 타스님통신을 통해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원칙에서 나아가 군사 정책을 변경했다. 만약 적대국이 하나의 기반 시설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여러 개의 시설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