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 대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 본격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어디에도 병력(지상군)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 선을 그었지만, 해병대가 추가 파견되고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이 배치를 준비하는 등 여러 정황히 포착되고 있다. 이는 대(對)이란 군사 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3주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에 군사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지상군이 투입될 경우 이란 상황이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CBS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 고위 지휘관들이 병력 투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고, 트럼프가 파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이 트럼프가 지상군 파병을 결정할 경우에 대비해 이란 군인과 준 군사 요원 처리 방안, 민간인 대피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는 것이다. 지상 전투와 특수 임무를 전문으로 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州)의 육군 82공수사단도 중동 지역에 배치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단의 ‘즉각대응군(IRF)’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제거 등에 투입돼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된 31해병원정대 약 2500명이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도 2200명의 해병원정대와 군함 3척이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31해병원정대는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부대 중 하나다. 로이터는 “이번 추가 파병은 이미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5만명에 더해질 것”이라며 “이로써 해병 원정 2개 부대가 해당 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추가로 파병된 해병은 함정에 탑재된 항공기를 이용한 타격, 지상 배치 등 여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란 해안가에 배치돼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거나 이란 석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군 통수권자에게 최대한의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국방부의 임무일 뿐,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핵무기 제작이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하고 이란의 핵 능력을 궁극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상 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지상군 투입이 이뤄질 경우 대외 문제 개입에 극도로 민감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의 수렁’에서 벗어나겠다며 전직 대통령들을 비판한 트럼프 자신의 행보와 배치되는 것이라 정치적 부담도 상당한 편이다. 전날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에선 미국의 대규모 지상군 공격을 지지하는 응답이 7%에 그쳤다. 로이터는 “지상군 활용은 트럼프에게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