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만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방미(訪美)에 나섰다.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 작전과 호르무즈 해협 호송 동참 요구로 다카이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어떤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지가 최고의 관심거리지만, 이와는 별개로 미국의 독립 기념 250주년을 기념하는 벚나무 250그루를 들고 오는 다카이치가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에 과시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는 지난해 10월 트럼프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역동적인 표정, 거침없는 스킨십 등으로 트럼프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는 18일 X(옛 트위터)에 워싱턴 DC의 주미 일본 대사관에 방문해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 대사와 찍은 사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트럼프의 일본 방문 당시 야마다가 도쿄의 미국 대사관을 찾은 적이 있는데, 5개월 만에 교차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글래스는 트럼프의 측근이자 오랜 후원자로 지난해 4월 부임했고, 이번 주 워싱턴 DC에 있으면서 16일 트럼프와 독대했다. 이번 회동은 19일 미·일 회담을 앞두고 성사된 것으로 글래스는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가질 회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미·일은 올해 독립 25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여러 사업을 기획해 협업하고 있다. 글래스는 일본 조야(朝野)를 종횡무진 누리고 있는 미국 외교관인데, 관저 ‘맥아더 하우스’ 개관 행사에선 트럼프가 직접 “미·일 동맹의 미래는 찬란할 것”이란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 대사(왼쪽)와 야마다 시게오 주미 일본 대사가 워싱턴 DC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X(옛 트위터)

매년 3월이면 일본이 선물해 미국의 수도 곳곳에 심어진 벚꽃이 만개하는데, 이를 계기로 일본 대사관은 민관이 손잡고 광범위한 공공 외교를 전개한다. 얼마 전부터 워싱턴 DC에는 미·일 국기와 함께 “우리는 함께 피어난다(together we bloom)”라는 문구가 새겨진 지하철과 버스가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18일 문화·예술 랜드마크인 ‘트럼프-케네디 센터’ 앞에서 열린 ‘미니 재팬 엑스포’에는 오리가미(종이접기) 등 일본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부스가 수십여 곳이 들어섰는데 전일본공수(ANA), 히타치, 이토추 상사 같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후원사로 지갑을 열었다.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 15주년인 지난 11일에는 야마다가 “그때 미국이 보여준 우정과 지지에 감사한다”고 했는데, 공화당 소속인 짐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이 “15년 전 ‘도모다치 작전(Operation Tomodachi·2011년 3월 미 공군과 자위대가 협력한 대규모 인도적 구호 및 재난 복구 작전)’은 미·일이 굳건하고, 양국이 함께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화답했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 외무성 손에 꼽히는 미국통인 야마다의 개인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지난해 미·일 간 관세 및 일본의 대미(對美) 투자 협의 등과 관련해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마다가 지난달 25일 자신의 관저에서 나루히토 천황의 생일을 축하하는 리셉션을 열었는데 여기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트럼프 일가와 가까운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 등 고위급 여럿이 얼굴을 비쳤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한국보다 2~3배 더 많은 인력, 예산을 대미 외교에 쏟고 있다”며 “트럼프 측근에 줄을 댈 수 있는 비공개 사교 모임 등도 활용해 가며 물밑에서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2기 출범 후 1년이 넘었지만 한국 대사는 지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체급이 되는 미국의 주요 동맹 중 대사가 공석인 건 한국, 독일 등에 불과하다. 제임스 헬러 대사대리는 ‘직업 외교관(FSO)’으로 정무직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져 양자(兩者) 간 더 깊은 논의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국기와 함께 벚꽃 무늬로 래핑된 버스가 워싱턴 DC 시내를 다니고 있다. /X(옛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