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으면서 세 차례 미·북 정상 간 대화에 관여한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중간 단계를 설정해야 한다”며 “핵 실험을 포함한 추가적인 핵 활동의 ‘동결(freeze)’이 첫 번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서해 공무원 피격, 북한 어민 강제 북송(北送)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12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늦추기 위해 군사 작전 내용을 시민 단체 등에 유출한 의혹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3일 스탠퍼드대 산하 후버연구소 유튜브에 출연해 “하노이 회담의 실패가 과정의 끝은 아니고,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는 단기적 사건이 아닌 장기적 과정이라 우리는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회는 후버연구소 펠로로 있는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봤는데, 두 사람은 2017~2018년 미·북 대화 성사를 위한 물밑 노력이 한창이던 시기에 카운터 파트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정 전 장관은 “우리는 비핵화를 위험을 관리하고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으로 정의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실행 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은 동결, 감축, 그리고 최종 해체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달 말 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북 대화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는 데 또 다른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에 대해서도 “그가 북한과의 협상을 무산시키는 것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정부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8개월 동안 60회 이상 통화했는데, 모든 조율 과정이 헛수고라 큰 실망을 했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 ‘김정은이 1년 내 비핵화를 합의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전했다”며 일종의 ‘보증’을 했다는 취지로 서술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6일 캘리포니아주(州)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 연설에서 자신이 재임 중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나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 개인적 신뢰가 외교적 교착을 뚫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 믿는다. 이번 방중(訪中)이 멈춰 선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소중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퇴임 후 첫 미국 방문에 나선 문 전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초래한 남북 관계 파탄이 너무나 크고 깊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트럼프가 주창하는 외교·안보 기조인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지난달 28일 시작한 대(對)이란 군사 작전인 ‘장대한 분노’를 비롯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송환·압송한 ‘확고한 결의’, 이란 핵 시설 3곳을 타격한 ‘한밤의 망치’ 작전 등이 “과연 궁극적으로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를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교역 상대로 한국은 신중한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고, 한·미·일 협력과 관련해 “단순히 중국을 포위하는 틀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관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중국의 지지가 계속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