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라 불리는 폴라 화이트 목사. 현재 백악관 신앙 사무소 선임 고문으로 있다. /AP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는 13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약 20분 동안 만나 미·북 대화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예정에 없던 이 만남은 트럼프의 ‘영적 멘토(spiritual advisor)’라 불리는 폴라 화이트(60) 목사가 주선한 것이다. 화이트는 2000년대 초반 트럼프와 인연을 맺은 뒤 트럼프 일가와 막역한 사이가 됐고, 트럼프 2기 때는 백악관 내에 설치된 신앙 사무소 선임 고문으로 있으면서 종교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현안을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화이트가 트럼프의 오벌 오피스(집무실)와 문으로 연결된 바로 옆 회의실을 사용한다는 점만 봐도 그녀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김 총리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거의 1시간 정도 예정했던 약속 시간을 넘겨서 대화를 하던 와중에 화이트 목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일정을 알고 계셨던 것 같고, 중간에 저를 만나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는지 몇 번을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회의 상황을 체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회의가 끝나는 시점에 돌아가서 의사 확인을 하고, 저와의 면담을 성사시켰다”고 했다. 화이트는 트럼프 1기 때 취임식에서 여성 성직자로는 최초로 개회사를 낭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 트럼프가 한 TV 방송에서 화이트가 설교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전화를 걸어 인연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트럼프의 ‘영적 멘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J D 밴스 부통령 등 트럼프 2기 내각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이 즐비한 편이다.

지난 2024년 10월 조지아주에서 폴라 화이트 목사와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화이트는 미시시피주(州) 출신으로 5세 때 부친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모친이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는 불우한 유년 시절을 겪었다. 세 번 결혼해 아들이 한 명 있다. 10대 후반에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 종교 활동을 시작했는데, 1991년 첫째 남편인 랜디 화이트와 플로리다 탬파에 교회를 개척해 신도 수천 명이 모이는 곳으로 키웠다. 텔레비전을 통한 설교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던 중 트럼프가 먼저 연락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현재는 트럼프 일가의 주일 예배도 담당할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화이트는 보수 진영에서 트럼프와 종교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는데, 화이트가 대변하는 백인과 복음주의 기독교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유권자 그룹이다. 트럼프 1기 때 ‘신앙과 기회 이니셔티브’ 고문을 지냈고 2기에선 확대 개편된 신앙 사무소 선임 고문을 맡아 미국 내 종교의 자유를 증진하고, 반기독교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진보 정부에서 ‘기독교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잘 쓰지 않았던 성탄절 축하 메시지인 ‘메리 크리스마스’의 부활을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화이트는 그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목사 등 국내 교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총리는 화이트와의 면담이 성사된 배경 관련 ‘교계의 도움과 자신의 요청’ 있었다고 했는데, 이번 방미(訪美)에 앞서 이 목사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한미 추모사업회’ 관련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초 워싱턴 DC를 다녀가기도 했다. 지난해 트럼프를 비롯한 미 보수 진영의 고위 인사들이 그간의 프로토콜과는 달리 한국 내 종교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 제기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화이트가 한미 교계를 잇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날도 화이트는 김 총리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사례에 대해 질의를 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선거법이 어떻게 돼 있고, 선거법의 어떤 부분을 위반했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미 조야에 한국에 종교 탄압이나 보수 정치인, 종교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오해가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된 미팅(만남)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