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석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 /뉴시스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 작전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14일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을 공습해 기뢰 저장시설, 미사일 벙커 등 90개 이상의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X(옛 트위터)에서 “어젯밤 미군은 이란 하르그섬에 대한 대규모 정밀 타격을 수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하르그섬의 석유 인프라는 “보존했다”고 밝혔는데, 이란이 봉쇄한 원유 수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높아진 국제 유가 리스크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북부의 약 22㎢의 산호초섬으로, 연간 9억5000만 배럴을 처리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책임지는 유류 수출 터미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하르그섬을 ‘이란의 왕관 보석(crown jewel·가장 귀중한 자산)’으로 부르며 “모든 군사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전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신정(神政) 정권의 생명줄이자 자금원으로, 강철로 된 담벼락에 군인들이 보초를 서는 감시탑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다만 이란 국영방송은 인구 8000명인 이 섬에 대학과 모스크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석유 인프라는 공습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국제 유가 불안을 더 부채질할 수 있고, 이란 경제가 재건 불가능한 수준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르그섬을 통해 수출되는 원유의 주 수입국이 중국인데, 트럼프는 이달 말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선 미군의 공습이 이 섬을 장악하기 위한 미 지상군 상륙의 사전 정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약 2500명의 해병이 승선한 최대 3척의 군함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발한 해병원정대에 상륙정, F-35 전투기, 보병 대대 등이 포함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런 병력 증파가 하르그섬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트럼프를 비롯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