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무드 아미리-모그하담 이란인권(IHR) 대표(오슬로대 의대 교수)가 12일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반(反)정부 시위 이후 5만명이 넘게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데 공습 표적이 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란 국민은 전쟁이 끝난 뒤 더 가혹한 탄압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군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작전이 2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마흐무드 아미리-모그하담 이란휴먼라이츠(IHR) 대표는 12일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의대 교수인 그는 이란 출생의 이중 국적자로, 2005년 노르웨이에서 비영리 단체인 IHR을 세운 뒤 이란 신정(神政) 정권의 인권 침해 실태를 국제 사회에 알려왔다. 이란 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 올해 초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대규모 탄압이 이뤄지자 대다수 서방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미리-모그하담 대표는 “이란의 야권은 분절돼 있고, 혁명수비대(IRGC)에 맞선 조직화된 무장 세력도 없다”며 “공습만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했다.

- 미군과 이스라엘의 작전을 어떻게 봤나.

“이번 군사 작전은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학살 직후, 이란의 많은 사람이 국제 사회의 개입을 바라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작전이 시작됐을 때 많은 이가 기뻐했지만, 장기화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늘어 폭탄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또 전쟁이 끝난 뒤 훨씬 더 가혹한 탄압이 있지 않을까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란 교도소에는 이미 수용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5만명이 넘는 시위자가 구금돼 있다. 교도소도 공습 표적이 된 상황에서 많은 교도관이 문을 잠근 채 떠났고, 식량과 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 지금 이란 국민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지금 이란 정권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시위 때는 골목까지 따라 들어가 살해했고, 땅에 쓰려져 있는 부상당한 시위 참가자에게까지 총을 쐈다. 언론에 보도된 (사망자) 2만, 3만이라는 숫자가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또 식료품 가격이 날마다 치솟는데 정권은 자신들의 안전만 신경 쓰고 있다. 일반 국민은 방공호, 피난처도 없고 폭격이 있을 때 경보음 같은 것도 듣지 못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국민의 봉기를 독려하고 있다.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가 국가 기관들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보여줬다. 절대다수의 이란 국민이 정권 교체를 원하지만 조직화된 반대 세력 없이 일반 시민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 야권 세력은 분화돼 있고 조직화 정도도 제각각이다. 최근 시위 때 많은 이들이 미국에 망명한 팔레비 왕조 마지막 왕세자 이름을 외쳤는데, 꼭 군주제를 원해서 그런 건 아니고 정권을 몰아낼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 국제사회가 이란에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군사 작전이 어떻게 전개되든 인권 문제를 중심에 둬야 한다. 자국민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정권이 계속 있는 한 지역과 세계에 평화·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 이란과 양자 대화를 할 때는 이란 국민의 인권 상황이 대화의 선결 조건이 돼야 한다. 이번 시위, 대규모 학살로 이란 정권이 자국민 사이에서 정당성을 상실했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 이미 성공한 의대 교수인데 인권 운동에 헌신한 계기는.

“2004년 이란에서 16세 소녀가 ‘정조 위반’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는데, 어릴 때부터 성폭력 피해자였고 법적인 보호도 거의 받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이란에는 정치적으로 중립이고 인권 문제에 천착하는 단체가 없었다. 노르웨이에서 이 활동을 시작하자 이란 당국은 초반에 많은 협박을 했다. 그들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들이 벌이는 일을 알지 못하도록 인터넷을 차단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이란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상에 보여주려 한다.”

- 조국 이란에 어떤 미래가 있기를 기원하나.

“80년대 이란을 떠났지만 지난 20년 동안 거의 매일 이란 내부에 있는 이들과 소통해 왔다. 나는 모든 시민이 민족, 종교와 관계없이 권리를 누리고 동등한 기회를 갖는 이란을 원한다. 다음 세대의 이란은 페르시아인, 쿠르드인, 발루치인, 아랍인 등이 모두 함께 건설하기를 바란다.”